[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깊은 슬픔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애도반응’이라고 정의하며, 약 3개월간 지속하다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애도반응은 질병이 아니지만, 질병으로 분류되는 우울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가족이나 친구가 사망하면 남은 사람들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사망의 원인인 질병이나 사고는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은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과 우울감을 느낀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해지며, 불면이나 식욕부진을 겪기도 한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3개월 이상 지속된 애도반응은 적응장애로 이해할 수 있다. 강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충격적 사건을 겪은 후 정서적·행동적 부적응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사망한 사람이 꿈에 나오거나, 헛것으로 보이는 등 정신질환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촉발된 것이므로 질병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애도반응이 6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우울증은 개인이 일상에서 가지고 있는 감정과 연결된 질병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이라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환자에게 내재했던 우울증이 발동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애도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극복된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 슬픔과 우울을 감당하기는 고통스럽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사망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추억을 공유하면서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조합하는 활동이 애도반응을 완화한다.
사망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나치게 곱씹거나, 애써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바쁘게 지내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최준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억을 곱씹는 강박, 외면해버리는 부정은 모두 건강한 방어기제가 아니다”라며 “슬프고 우울한 감정도 물 흐르듯이 겪어내며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을 찾아 정신과 전문의와 면담을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일시적인 반응인지, 질병인지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질병이 아닌 사례에는 약물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부작용 우려가 없는 약이 많이 개발됐다”며 “조기에 약물개입을 진행해 증상을 경감하고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면담에서는 환자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개인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최 교수는 “병원을 찾을 정도로 애도반응이 심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개인적인 요인이 있을 것”이라며 “가족들 여럿이 함께 있는 진료실에서는 환자가 개인적인 심정을 의사에게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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