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펼쳤다.
야당은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복지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여당은 질 낮은 공공형 일자리보단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민간·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합당하다며 맞섰다.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6만1000개 줄어든다. 대신 민간·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8000개 늘리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예산안에는 고령자 고용장려금 대상자를 5만2000개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노인 일자리가 확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전체 노인일자리 수는 2만9000개, 예산은 720억원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조 장관의 주장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공공형 일자리와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성격이 달라 수혜 대상이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한 달에 30시간가량 환경미화나 초등학교 하굣길 안전지킴이 등의 활동을 하며 27만원을 받는다.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로,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들이 참여한다. 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자만 전국에 9만6000명에 이른다.
반면 민간형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신노년층’을 타깃으로 한다. 실버카페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노인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라, 더 높은 노동 강도를 요한다. 지원 연령도 만 60세 이상으로 비교적 낮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늙고 빈곤한 취약계층 노인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형 일자리는 더 늙고 더 가난하고 더 어려운 노인을 위한 일자리”라며 “정부의 내년도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 삭감은 패륜 예산이다. 내년도 6만1000개의 공공형 일자리가 사라지면 말 그대로 노인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도 “복지부는 전체적인 노인 일자리가 늘었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노인 일자리는 어떤 성격인지가 더 중요하다. 복지부는 복지적인 관점에서 노인 일자리 정책에 접근해야지, 기획재정부가 하는 시장적 관점에서 보면 되겠나”라고 쓴소리를 냈다.
근거 없이 사업을 축소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를 발행했으나, 공공형만 두고 사업 효과를 분석한 내용은 없다. 만약 평가가 나쁘다면 줄일 수 있겠지만, 어떤 과학적 근거나 분석을 갖고 노인 일자리를 줄였는지 나와 있지 않다”고 따져물었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전체 노인 일자리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적은 있지만 공공형만 따로 분리해서 연구한 적은 없다”면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선 기초연금을 인상, 노인 일자리 확대 등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공공형 노인 일자리보다 민간·사회서비스형을 늘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전 정부가 공공형 일자리를 88만개 했다고 꼭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이라며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더 효과적인 정책을 설계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정적 재원으로 어떻게 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30시간 일해서 27만원 버는 공공형보다 시간을 더 추가해 60시간 일해 71만원 받아가는 민간형을 늘리는 것이 좋다는 여론에서 정책이 마련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공공형 일자리 감소로 저소득 노년층의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 취약계층 노인을 더욱 핍박한다는 (주장은) 정치공세”라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런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취업이 어려운 저소득 노인에겐 공익활동형을 우선 제공하는 식으로 선발 기준을 개편한다. 소득 배점을 강화한 것”이라며 “저소득 고연령 어르신을 중심으로 해 낙오되는 분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