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엄홍식·37)씨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지며 정부의 마약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지만, 마약 중독자를 관리·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한 탓이다.
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프로포폴 불법 처방이 의심되는 병·의원 40여 곳을 포함해 환자와 의료진 51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유씨가 지난 2021년부터 복수의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상습 처방 받은 정황이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포착되면서 마약 투약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부터 NIMS를 도입해 오남용이 의심되는 향정신성 의약품과 마약류 유통과 처방 등을 추적하고 있다.
문제는 유씨가 2년이라는 긴 시간 투약했는데도 뒤늦게 적발됐다는 점이다. NIMS에 보고됐어도 이를 확인해 대응하기까지 수년이 걸린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데이터가 누적돼야 확인이 가능하다. 시스템상 특정 환자의 처방 횟수가 많다고 뜨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가 1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방대하다. 장기간 상위에 있는 사람들을 감시하다 보니 유씨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사범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할 인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지난해 1만2387명으로, 2018년 8107명에 비해 무려 52%나 증가했다.
그러나 식약처 내 NIMS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은 40명 뿐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안전기획관 인력 30명 정도와 마약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의약품안전관리원을 포함해 40명 정도가 NIMS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관련 인력 충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식약처 내 마약안전기획관이 정규 조직으로 승격됐으나 아직 메워야 할 빈틈이 많다. 특히 재범률이 35% 이상인 마약 범죄의 특성상 치료·재활 단계가 중요함에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마약중독 환자의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정부 조직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식약처의 마약안전기획관 내 재활지원 담당 과는 여전히 임시조직으로 남아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재활을 위한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마약유통재활지원 TF(태스크포스)팀은 인력 증원이 안 된 상태에서 내부 인력을 끌어다가 임시조직으로 만들었다. 정규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 치료 병원에 대한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마약 치료 지정병원이 21곳 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단 2곳에서 대부분의 치료를 맡고 있다. 중독자 간 치료 모임인 마약 중독 재활 센터 역시 전국에 4곳에 그친다.
실제로 마약 전담 치료보호기관인 인천 참사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기 위해선 2~3달 대기해야 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정신병원이 거의 없다. 민간병원 입장에선 마약중독 환자를 보면 오히려 손해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천 원장은 “마약중독 환자를 받으면, 기존 환자들이 다 퇴원해버린다. 마약 급성기 중독 상태가 되면 극심한 조현병 증상과 함께 공격성, 충동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치료하는 데 많은 자원, 인력, 노력이 투입되는데 상응하는 수가체계가 없으니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마약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마약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인력 확충 및 조직 정비를 통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