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미화’ 콘텐츠 방영 후 응급실 간 청소년 급증

‘자해 미화’ 콘텐츠 방영 후 응급실 간 청소년 급증

응급실 방문 15~19세 5.7→10.8명 증가
“미디어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고민 필요”

기사승인 2023-05-03 11:11:42
쿠키뉴스 자료사진

청소년 대상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다룬 콘텐츠가 방영된 후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김효원·이태엽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월 평균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자해 콘텐츠가 방영되기 전(2~3월)과 방영된 후(4~12월) 차이가 유의미하게 드러났다고 3일 밝혔다. 

10~14세의 경우 월별 인구 10만명당 0.9명에서 3.1명으로 늘었다. 15~19세는 5.7명에서 10.8명으로, 20~24세는 7.3명에서 11.0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15~19세 여성과 20~24세 남성에서 증가세가 유독 크게 나타났다.

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을 이용해 2015년 1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가운데 자해(자살 시도 및 비자살적 자해)로 인한 환자 11만5647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자해 콘텐츠가 방영된 시점은 2018년 3월 말경으로, 당시 청소년을 주 시청층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내용이 소개돼 청소년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자해 콘텐츠가 방영된 2018년 들어 자해 시도가 확연히 증가했다. 연간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수는 10~14세의 경우 2015년 인구 10만 명당 8.1명에서 2018년 31.1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19세는 63.5명에서 119.0명으로, 20~24세는 75.7명에서 127.1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사례는 여성 청소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해로 인해 응급실을 방문한 10~14세 청소년 가운데 여성은 2015년 46.6%를 차지했는데, 자해 콘텐츠가 방영된 2018년에는 76.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19세에서는 여성 비율이 55.8%에서 67.8%로, 20~24세는 55.7%에서 61.9%로 늘어났다.

자해 방법으로는 신체 긋기에 의한 자해가 현저히 늘었으며, 약물에 의한 자해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자해는 해도 되는 것’ 혹은 ‘자해는 멋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자해를 다수의 청소년에게 알린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도 “이번 연구는 청소년처럼 미디어 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에 대해서 전국 응급실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돌발성 자극의 영향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돌발성 자극과 이에 민감한 사회 계층을 사전에 찾아내고 돌발성 자극이 주는 영향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