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된 버스 기사 A씨의 발인이 19일 오전 엄수됐다.
청주시 미호강 범람으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려던 747번 버스에 급류가 밀려들자, A씨가 창문을 깨 승객들의 탈출을 도우려 했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와 35년 지기 친구라는 김모씨는 “A씨가 친구들의 가족도 자기 가족처럼 챙겼다”며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우리 집에 와서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고, 일이 있어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땐 대신 우리 어머니를 찾아보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친구 김모씨는 A씨가 승객들이 다 나가는 걸 보고 제일 마지막에 탈출했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죽을 걸 알면서도 그러고 있었을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봉사활동에도 애정이 많았던 A씨는 일하지 않는 날엔 초등학교 앞에 나가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을 책임졌고, 1년에 한 번 장애인들과 노인들을 자기 차에 태우고 전국 여행을 시켜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원래는 택시 기사였다.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던 친구의 추천으로 10년 전 같은 회사에 입사했다. 매일 출근 시간인 새벽 5시30분보다 이른 새벽 3시부터 출근해 사무실을 정리하고 마당을 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궂은일을 도맡아서 해 회사에서도 빠르게 인정받았고, 몇 년 전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다.
그가 탔던 747번 버스는 베테랑들만 몬다는 버스였다. 최씨에 따르면 747번 버스는 외지인들을 싣고 청주공항과 오송역 사이를 오가는 회사의 얼굴 같은 노선이다. 최씨는 “747번 버스는 A씨가 살아온 삶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게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만큼 승객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 친형인 이모씨는 ”동생이 아내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며 혹시 모를 작별 인사를 했다더라“는 사연도 전했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숨졌다. 747번 버스에서 운전자 A씨를 포함해 9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