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추구하면서 이같은 목표는 실현 불가능해졌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그리고 2019년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이 결렬된 후 북한은 다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정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후 북한은 중단거리 및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더욱 진전된 성과를 거두었고, 2022년부터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배치하면서 노골적으로 남한을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북한 핵능력의 급속한 고도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2024년 5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고 비판한 뒤 “우리는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이제 상당 부분 무력화되어 대북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이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한 차례도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매우 심각하게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김정은은 시진핑 총서기와 5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2023년까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중, 북러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
북한이 이처럼 대북 제재 이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국가, 즉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대북 제재는 사실상 상당한 정도로 무력화됐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2024년 3월 13일 공개된 러시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췄다”라고 발언함으로써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
러시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4년 3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서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전문가 패널이 창설 15년 만인 지난 4월 30일 자동으로 종료됐다.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 부대사도 결의안 표결 이후 연설에서 “지난 10년간 대북 제재가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긴장과 대결을 심화시켜 북한의 인도적 상황과 민생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라며 중국의 기권을 정당화했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전락했고, 북한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러 군사협력을 확대하면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고, 한미연합훈련을 감축하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는 매번 청구서를 내밂으로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의 ‘워싱턴선언’은 휴지장으로 전락하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 핵보유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부장관 대행,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부차관보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한국의 자체 핵 보유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동의(또는 묵인) 하에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남북한 간에 핵 균형이 이루어져 한국은 북핵의 위협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은 4,000개도 넘는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한국이 핵무장하면 북한은 가까이에 있는 남한의 핵무기를 견제하는데 집중해야 하므로 더는 미국이나 일본을 핵무기로 위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자체 핵보유는 북미와 북일 간에 긴장완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줄어들어 한미 관계는 더욱 평등해지고,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자율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비확산론자들은 한국의 핵무장을 죄악시하고 악마화하면서 한국이 핵무장하면 일본도 대만도 핵무장하고, 이란이나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핵무장 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여섯 차례나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시로 발사해도 가만히 있던 국가들이 (한국과 적대관계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닌데) 한국이 핵무장한다고 해서 갑자기 그들도 따라서 핵무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은 핵무장을 하고 싶어 하지만 국민들의 반핵 정서가 워낙 커서 핵무장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대만이 핵무장할 경우 중국이 곧바로 대만을 공격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만의 핵무장도 불가하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용인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도 용인한다고 해서 이란의 핵무장까지 용인할 가능성은 희박. 그러므로 한국의 핵무장이 이란 같은 국가의 핵무장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미국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국력을 투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를 대표하는 용어인 ‘자유주의 국제질서’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위를 설명하는데 더는 유효하지 않다.
10여 년 전 미국의 국방예산은 다음 18개국의 국방예산을 합한 것보다 많이 지출되었고, 그 국가들은 대부분 동맹국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 초에는 미국의 국방예산이 다음 7개국 국방예산의 합 정도가 되었고, 2위로 뛰어 올라온 중국은 이전 5년 동안 매년 10%씩 국방예산을 늘려왔다. 그리고 그 격차는 중국이 성장하면서 더 축소될 것이다.
아시아는 대략 세계 GDP의 40% 정도를 구성하며, 세계 성장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이 지역의 세계 경제활동 점유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경제규모보다 훨씬 더 크며, 경제적 및 기술적으로 점점 더 앞서고 있어 지정학적 관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GDP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에서 역내 타국의 국력을 합한 것과 같은 국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수준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더 강력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아시아에서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보다 중국이 국력을 더 강력하게 투사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안보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엘브리지 콜비는 2024년 5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군사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 방어를 최대한 스스로 책임지고 한국에 있는 미군은 중국 억제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정학이 핵 비확산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가지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게 비확산 정책의 승리인가?”라고 질문하면서 한국의 핵무장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되었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형해화되어 가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보다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트럼프가 재선되면 확장억제는 약화되는 대신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식도 과거의 ‘완전한 비핵화’ 추구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통해 남북한 핵 균형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