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192석 범야권과 108석 소수 여당의 여소야대 구도에서 300명의 선량들이 4년간 의정활동을 펼친다. 여야의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야당 단독으로 우상호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포함해 11개 상임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는 여당 몫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은 10명 중 3선 이상 중진이 절반을 차지하고 초·재선까지 고르게 포진하는 진용을 갖추게 됐다. 중진 의원은 5선의 정동영, 4선 이춘석, 3선 김윤덕, 한병도, 안호영 의원 5명이고 국민의힘 비례대표 조배숙 의원을 포함하면 6명이다. 지역구 외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당선된 전북 출신 의원은 22명으로 지원군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를 보면 도민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국회가 여러 특검법을 놓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전북 정치권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국회 원 구성에서 전북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 시작부터 전북 정치권의 소통과 리더십, 정치력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속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북 의원들의 특정 상임위 쏠림 현상이 여전하고, 상당수 의원이 지역 현안 해결과 무관한 비인기 상임위에 배치되는 등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고 중진 의원들도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발전은 국회 개원 초기에 맡게 될 정치적 ‘입지’와 ‘역할’에 따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전북은 그동안 정책적 보호에서 홀대와 무관심을 면치 못하고 있고 겨우 얻어낸 정책도 정치력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나는 모멸감을 겪었다.
전북 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전북 정치권의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예산확보가 중요하다. 우선 지난해 삭감된 국제공항 등 새만금 관련 사업예산 확보 여부가 올해 국회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김관영 지사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만나는 12일 첫 정책협의회가 주목되는 가운데 전북자치도는 현안 해결에 중진 의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가 연구용역 중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에 전북특별자치도가 독자권역으로 포함될지도 큰 관심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만큼 국토종합계획에도 전북 독자권역 발전계획을 마련돼야 한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이 4대 초광역권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편성된다면 초광역권에 포함되지 않은 전북권은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서 소외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북특별자치도법 2차 특례 개정과 전주-완주 통합, 2차 공공기관이전,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치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총선으로 중단됐던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전북 개최 여부도 관심사다.
어느 때보다 도민들의 기대가 높다. 지난해에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놓고 정치공세가 이어지면서 도민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지역 정치권은 힘을 쓰지 못했다. 훼손된 자존심을 되찾고 지역발전의 동력을 얻기 위해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21대 국회처럼 도내 국회의원들이 각자의 이해가 걸려 줄서기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전북 이익 극대화를 위한 단일대오는 결코 형성할 수 없다. 전북 정치권이 다시 각자도생 지리멸렬 상태를 재연한다면 지역발전은 요원해지고 각종 지역 관련 법안들의 처리도 불투명해진다.
전북자치도는 전라북도라는 행정구역이 생겨난지 128년 만에 처음으로 전북 현안을 논의하는 원탁회의를 가졌고 12가지 의제도 채택했다. 전북 최다선인 정동영 의원이 제안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향후 정 의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의원들이 이해득실로 불신과 대립이 발생할경우 리더십을 발휘해 즉시 진화에 나서고 단일대오로 결속할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국정운영에 참여해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데도 앞장서야 하겠지만 지역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의 현실을 공유하고 함께 난제들을 돌파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전북 정치권이 침묵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전북 몫’은 찾을 수 없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로 정열과 통찰력·책임감 세 가지를 꼽았다. 새로 짜여진 전북 10명의 의원들은 열정과 단합된 모습으로 ‘전북 몫’ 찾기에 앞장서 도민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희망을 불어 넣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