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의사를 대학병원 교수로?…“예비군을 사단장 만들겠단 것”

동네병원 의사를 대학병원 교수로?…“예비군을 사단장 만들겠단 것”

개원의 활동, 연구 경력으로 100% 인정
34개 의대 교수들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
개원의도 비판…“교수 늘리려는 억지 아이디어”

기사승인 2024-07-10 06:00:43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대학병원이 교수를 채용할 때 개원의가 병원을 개업해 운영한 기간도 100%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부족한 교수 인력을 쉽게 충원할 수 있도록 개원의들에게 임용의 문을 넓힌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 전공의 수련교육과 의학연구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일 의대 교수 임용 시 개원의 경력 기간을 최대 70%까지만 인정해 주던 현행 자격 요건을 100%로 높여주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지난 4일 ‘의대 교육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국립의대 전임교원 1000명 충원 방안에 대해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들 중 교수가 될 수 있는 길이 제한돼 있다”며 그 길을 개원의들에게 열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차관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경험 있는 사람들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교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채용 과정에서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학 조교수는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교육과 연구 경력을 합해 4년 이상 돼야 지원할 수 있다. 연구 실적의 경우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국가나 공공단체가 설치한 연구기관에서 전임으로 연구에 종사한 실적만 100% 인정된다. 반면 개원의로 활동한 의사가 의대 교수에 지원하면 30~70%만 경력으로 인정된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5년간 개원의로 활동한 의사는 그 5년을 연구 경력으로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늘어나는 학생만큼 교수진을 대폭 확충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교수를 충원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아 자격 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5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법제·규제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8월 말 시행이 목표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 상황에서 정부의 개원의 활용방안은 꾸준히 제시돼왔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 승인 하에 개원의가 수련병원의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가톨릭대 의대 등 전국 34개 의대 교수들은 9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는 의학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3년간 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는 계획을 억지로 짜 맞추기 위해 의학교육의 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고, 의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개정령을 추진하고 있다”며 “입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개원의 사이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 고양시 소재 이비인후과의원 A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대 정원 확충에 따라 교수 인력을 늘리겠다고 한 정부가 마땅한 방법이 없어 억지로 쥐어짜낸 아이디어로 보인다”며 “현실성도 없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황당한 발표다”라고 비판했다.

개원의의 수련교육 및 의학연구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A원장은 “대학병원에서 교수를 하다가 개원한 의사라면 몰라도 연구 경험이 하나도 없는 의사가 의대 교수 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원의가 교수가 된 케이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개원의 입장에서 자신의 병원을 정리하고 대학병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라고 짚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예비군을 사단장으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전임강사부터 시작해 수많은 과정을 쌓아 비로소 교수가 되는 건데 전공의 수련교육이나 연구 경험이 없는 개원의가 어떻게 한순간에 교수 역할을 해내겠나”라며 “정부는 교수가 진료만 하는 줄로 아는 것 같다. 교수는 진료보다 교육이나 연구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게 올바르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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