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이 기존 자사주를 비롯해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하게 될 자사주까지 연내 소각할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오는 9월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하는 자사주를 오는 11월 임의 소각하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 15만6957주에 더해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추가 발생하는 자사주까지 합병 법인의 신주로 발행하지 않고 일괄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을 비롯해 기업 구조변경 등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인정되는 권리로, 회사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 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두산밥캣 주주는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실제 두산밥캣 자사주가 소각되면 향후 신주 발행 물량이 줄어들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사업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해 사업회사의 자회사로 있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두산밥캣 1주에 두산로보틱스 0.63주가 배정되는데, 두산밥캣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2023년 매출액 9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 530억원, 영업손실 115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논란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안팎으로 반발이 거세자 두산밥캣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 자사주 소각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주식 수 감소에 따라 주주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며 “당장 두 기업의 상황이 상이한 만큼 두산로보틱스 비전 및 주가 부양책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