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지금까지 약 70억 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했지만 이 중 재활용 비율은 9%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은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플라스틱의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도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때문에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탄소중립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가운데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얻는 기름은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나프타 분해공정(NCC)의 원료인 나프타 대신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만들 수 있어 독일 바스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에서도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확대를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용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폐기물 재활용 유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했고, 석유화학공정 원료로 석유만 허용하던 규정을 지난달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석유원료인 나프타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물성 차이가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 상용화 앞당긴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김도경·박용기 박사팀은 최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부틸렌 등 ‘경질 올레핀’을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촉매와 반응기 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현재 확보한 촉매공정 모델을 바탕으로 향후 촉매와 공정의 스케일업 및 최적화 연구를 진행해 2030년경 실증을 마치면 국가 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앞서 2017년 상업화에 성공한 ‘순환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촉매 분해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에 특화된 촉매를 개발하고 반응조건 최적화로 기존 상업화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 기술은 기존 공정이 촉매 없이 가열만으로 나프타를 분해하는 방식과 달리 촉매를 넣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로 나프타보다 탄소사슬이 길고 불순물이 많은 석유원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실제 연구팀은 기존 순환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촉매 분해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분해에 특화된 촉매를 개발해 반응 조건 최적화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 수소화과정 없이 그대로 사용해도 기존 나프타 대비 더욱 높은 경질 올레핀 수율을 달성했다.
아울러 촉매 분해반응에서는 촉매 표면에 찌꺼기가 많이 쌓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성능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촉매 재생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유동층 반응기는 반응 부위에서 촉매인 제올라이트 성형체와 원료가 함께 움직이며 반응하고, 재생 부위에서는 비활성화 된 촉매가 연속적으로 재생되는 구조여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이 만든 파일럿 규모 촉매와 반응기로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보다 170℃ 낮은 680℃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해 경질 올레핀 수율이 나프타를 사용할 때보다 27% 향상됐다. 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시간당 1㎏씩 24시간 연속 투입해도 성능이 유지돼 산업적 활용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용화를 목표로 촉매 공정의 스케일업 연구와 경제성 및 환경성에 상세 평가 등 후속 연구를 진행, 2030년 실증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성과는 세계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의 대체 기술로, 기존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인 ‘미국 화학회 지속가능한 화학 및 엔지니어링(IF=7.9)’ 올해 8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논문명 :Catalytic Cracking of Crude Waste Plastic Pyrolysis Oil for Enhanced Light Olefin Production in a Pilot-Scale Circulating Fluidized Bed Rea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