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대면진료 공론화…‘약 배송’ 향방은

정부, 비대면진료 공론화…‘약 배송’ 향방은

과기부, 이달부터 공론화 사업 전개
‘약 배송’ 국민 여론조사 여부 관건
“약국 재고 관리 한계…접근성 제고 대안 필요”

기사승인 2024-12-01 06:00:06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이달부터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한 공론화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약 배송’의 도입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비대면 진료의 안정적 시행을 주제로 한 공론화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권리 장전’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디지털 권리 장전 추진 계획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 마련과 규제 특례를 활용한 혁신 기술 및 서비스 연계가 포함된다. 또 개인 건강정보 보호, 처방전 위변조 방지 등을 위한 관리 체계 개선안도 함께 다뤄진다.
 
정부는 디지털 공론장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디지털 공론장은 국민의 관심도가 높거나 사회적 파급력과 시급성이 큰 핵심 과제에 대해 관계 부처가 협업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창구로, 국민 여론을 파악하고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론화 사업에서 약 배송 관련 내용이 다뤄질 경우 비대면 진료 법제화 시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약 배송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인 만큼 설문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최근 비대면 진료 후 약을 수령할 때 인근 약국에 처방 약이 없거나, 약국이 문을 닫아 받지 못하는 등의 불편 사례가 주목되면서 배송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공론장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공지사항. 디지털 공론장 홈페이지 캡처

실제 지난 5월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1주년을 맞아 환자·의사·약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약 수령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평일이나 주간에는 비대면 진료 후 약 수령을 위한 이동거리가 4.55km, 수령 소요시간은 3.30시간 소요됐다. 휴일 및 야간의 경우엔 이동거리 4.77km, 소요시간은 10.05시간까지 늘어났다.
 
더불어 약국을 찾아 직접 방문 수령한 경험을 살펴본 결과, ‘약국에 일일이 전화해 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편’(67.6%)하고, ‘약국까지 이동한 뒤 조제를 기다리는 시간이 부담’(41.7%)된다는 비율이 높았다. ‘조제를 거부당해 불쾌’(32.9%)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 배송도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의사의 비율이 71.7%, 환자는 86.7%에 달했다. 약사의 경우 배송을 경험한 약사는 62.2%가, 경험하지 않은 약사는 28.2%가 찬성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론화 사업 내용에 약 배송 서비스가 포함될 지는 지켜봐야 안다”면서도 “비대면 진료 의약품 수령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불편이 야기되고 있는 만큼 논의는 꼭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약을 수령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 5월 진행한 비대면 진료 인식 조사 결과.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다만 최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인해 플랫폼기업이 직접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하는 방법은 제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닥터나우 방지법은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환자의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플랫폼에 약국 개설자가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막는다. 또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를 제공해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한다.
 
앞서 닥터나우는 환자들이 처방받은 약을 조제하는 약국을 찾으려고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나우약국’을 모집했다. 나우약국은 실시간 약품 재고를 연동하는 협력 약국이다. 비전약품이라는 의약품 도매 자회사를 설립해 경증 질환을 중심으로 ‘다빈도 처방 약품’을 분석하고 약국에 직접 의약품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행위를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것이라고 보고 금지하고자 한다.
 
플랫폼 업계 측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이 약 배송을 허용하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며 “닥터나우 방지법은 국민의 건강과 의약품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다수의 약국은 재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라며 “환자 접근성을 감안해 도매상을 막을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보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본격화하기 위해 시동을 걸 방침이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부는 ‘약 배송이 없는’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과 ‘약 배송 포함’ 법안 2가지를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 전문가들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적합한 제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의약품 오남용 등에 대한 보완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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