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된 尹 탄핵’에 갈라진 정치권…여야 당대표 각각 ‘도전’ 직면

‘불발된 尹 탄핵’에 갈라진 정치권…여야 당대표 각각 ‘도전’ 직면

與 ‘탄핵 트라우마’·野 ‘계엄 공포’…극단 정국 시작
최요한 “국민의힘, 임기단축 개헌 및 尹 2선 후퇴 과제”
“민주당, 이재명 대권 위한 사법리스크·탄핵 시간싸움”

기사승인 2024-12-08 06:00:08

야당의원들이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불발되자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임현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턱걸이로 기사회생(起死回生)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 더불어민주당은 계엄의 공포로 양당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균열이 발생했다. 정치권은 극단적으로 전개된 정국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국회는 7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첫 안건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불참하기 위해 집단 퇴장했다. 여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는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등 3인만 표결에 참여했다. 결국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195명만 이뤄졌다 재적 의원 3분의2인 200명을 넘기지 못하면서 개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앞서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도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198명, 반대 102명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김건희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남아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불발된 탄핵안…국민의힘 옥죈 ‘탄핵 트라우마’


국회에서의 탄핵안 발의를 촉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두고 여당 내부애서는 탄핵 찬반 논의가 막판까지 이뤄졌다. 지난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윤 대통령 비호에 나섰다. 그러나 비상계엄 과정에서 주요 정치인 체포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한 대표가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체포 대상에 오른 정치인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며, 이외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유튜버 김어준씨 등도 체포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한 대표는 지난 6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시사하는 ‘직무 정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탄핵 찬반을 두고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진행했으며, 끝까지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7일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고 온 한 대표가 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여당 당론은 탄핵 반대로 굳어졌다. 결국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

앞서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시도지사협의회, 원외당협위원장 등은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의 어려움을 직접 목도한 정치인들은 ‘탄핵 찬성’을 시시한 한 대표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2017년 3월10일 이후의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간신히 개헌저지선만 지켜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당의 뿌리 역할을 하는 당원들이 대거 탈당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탄핵이 이뤄지면 당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당내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탄핵에 대응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도지사와 원외당협위원장의 탄핵 반대 촉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탄핵 이후 당력을 소진해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두 번째 탄핵은 당의 폐쇄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계엄군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가 집기를 이용해 바리케이트를 쌓았다. 사진=임현범 기자

野 자극한 ‘계엄’ 역린…“끝까지 간다”


범야권은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결과에 격분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입법부가 위협받았음에도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민의힘이 외면했다는 이유다. 야6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2차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반드시 내란 행위, 군사 반란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이 나라의 모든 혼란을 이겨낼 것”이라며 “여러분께 크리스마스 연말 선물로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포기하지 않는다”며 “매주 토요일, 탄핵과 특검을 따박따박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간 윤 대통령 탄핵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민주당이 돌변한 이유가 ‘독재·계엄’ 트라우마라는 평가다. 민주화운동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당인만큼 불법 계엄은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엄군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한 역사적 배경도 있다.

범야권 소속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라고 비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서로의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 막아섰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며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소리 높였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됐다. 사진=임현범 기자

벌어지는 여야 균열…돌이킬 수 없는 정치권


대통령 탄핵 부결 이후 여야 당대표들은 각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한 대표는 탄핵과 당 사이에서 정치력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탄핵 또는 퇴진 시기·여부에 따라 정치 미래가 결정된다. 

한 대표는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 탄핵 트라우마를 가진 국민의힘을 이끌면서도 국민 여론의 분노도 잠재워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당정 갈등 문제도 변수로 남아있다. 논란이 된 ‘명태균 게이트’ 방어에도 나서야 한다. 대통령 부부와 중진 의원, 당 소속 시도지사가 얽혀있는 만큼 전개 상황에 따라 당의 악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도 다져야 한다.

민주당의 최대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탄핵 사이에서의 시간 싸움이 중요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은 6·3·3 재판 기간 규정이 있어 최대한 빨리 차기 대선이 열리도록 앞당기는 게 급선무다.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거나 차기 대선 시기를 앞당기지 못하면 점차 당내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되고, 다른 대권주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여야 당대표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향후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야당은 끊임없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다. 반면 여당은 당의 존속을 위해 야권 공세전 수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이 탄핵을 부결시키면 한 대표가 당내와 당정 사이에서 고초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 대표를 대권으로 이끌기 위해 탄핵 공세를 멈추지 않고 계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 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보다 심각함에도 국민의힘은 이를 부결시켰다”며 “부결 직후 비윤계를 중심으로 임기단축 개헌과 2선 후퇴 등의 요구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최은희 기자, 윤상호 기자, 권혜진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최은희 기자
윤상호 기자
권혜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