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마다 반복되는 디지털유산 논란…IT 업계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참사마다 반복되는 디지털유산 논란…IT 업계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 네카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계정 정보 제공 어렵다” 결론
- 공개 자료 백업·추모프로필 지원…유산관리자 도입은 ‘아직’
- 업계 “법 정비 등 사회적 합의”…전문가 “플랫폼 자율규제로”

기사승인 2025-01-08 06:00:08
지난해 12월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 현장 철조망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 정비팀이 작성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글이 붙어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고인이 남긴 디지털 콘텐츠는 개인정보일까, 유가족에게 상속 가능한 재산일까.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에서 불거졌던 디지털 유산 상속 논란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도 반복됐다.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끝맺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계정 정보를 유가족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원활한 장례 진행 등을 위해 생전 사용하던 카카오톡 등에 남은 지인 정보 등을 공개해 줄 것을 관계 당국에 건의한 바 있다. 휴대폰 파손 등으로 인해 희생자 지인의 연락처를 구하지 못해 부고를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등에게 희생자 계정 정보 제공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법률 및 기술적 검토를 마친 끝에 희생자 계정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계정 암호를 회사 차원에서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다른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는 가족증명 서류와 동의서 확인 절차 등을 거친 후 회원 탈퇴 처리를 한다. 상속 가능한 네이버페이 포인트 및 머니 등도 유가족에게 환급된다. 전체 공개 블로그 글 등 로그인 없이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자료에 대해서는 백업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지난 2023년부터 ‘추모 프로필’ 기능을 도입했다. 직계 유가족 요청 시, 고인의 카카오톡 지인에게 부고를 알릴 수 있도록 고인의 프로필을 추모 프로필로 전환하는 형태다. 고인의 휴대폰이 해지되더라도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변경되지 않는다. 추모 프로필이 적용되면 모든 그룹 채팅방에서 자동으로 ‘나가기’가 되며 대화 내용 또한 삭제된다. 또한 이용자가 직접 사후 추모 프로필 전환 여부를 선택하거나 제한할 수 있으며, 대리인을 지정해 관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유산 관리자’ 제도 도입 등 한발 더 나아간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해외 플랫폼 기업 및 일부 국가에서는 디지털 유산을 재산으로 판단, 유가족에 대한 상속을 인정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메타 등은 계정 사용자가 생전 유산 관리자를 지정하고 사용자 사망 후 관련 데이터에 접근 또는 삭제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디지털 유산의 상속권을 인정, 유산 관리자를 통한 유가족의 사후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다. 

참사 때마다 디지털 유산 관련 논란이 반복되는 점도 문제다.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남겨진 유가족은 고인의 SNS와 스마트폰 데이터 등을 찾게 된다. 사망의 원인을 추적하거나 SNS와 스마트폰에 남은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개인정보와 보안 등을 이유로 접근이 불허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일부 유가족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숨진 희생자의 휴대폰 잠금을 풀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희생자가 이태원을 찾은 경위 등을 확인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유가족은 ‘리셋하지 않고는 잠금해제가 어렵다’는 애플코리아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사실상 플랫폼의 재량에 좌우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희생된 해군 장병들의 SNS 싸이월드 미니홈피 공개 자료는 지난 2022년 12년 만에 가족에게 전해졌다. 앞서 싸이월드를 운영한 SK커뮤니케이션즈는 관련 규정 미비를 이유로 유족의 요청을 거절했으나, 운영사가 바뀐 이후 공개 자료가 전달된 것이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국내 플랫폼에서는 유산 관리자 도입 등 정책 변경이 아직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유산을 파기해야 할 개인정보 또는 상속 가능한 유산으로 바라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한 점도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유산 관련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은 법률 등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이상 찬반이 나뉠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는 고인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플랫폼 자율규제 등을 통해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에서 정책 개편을 통해 디지털 유산에 대한 사후 상속인 지정 등을 할 수 있다“며 ”플랫폼 자율규제 형식으로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어 디지털 유산 논의를 이어가야 할 시점이다. 이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무”라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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