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5년째 표류 중이다. 산업계는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 배송을 포함한 입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비대면 진료의 효과적·안정적 도입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과 의견을 공유했다.
지난 2021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일상적인 의료전달체계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3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76만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실시됐다. 지난해 상반기 28만건, 하반기 48만건으로 갈수록 이용자들이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대면 진료를 올해 안에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전하면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도록 제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약 배송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해 약사단체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입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원산협은 ‘비대면 진료 5년, 2025년 정부와 국회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산업계가 바라는 제도화 방향에 대해 짚었다. 이슬 원산협 공동 회장은 “진료는 비대면으로 이뤄지나 처방 약은 대면으로 수령해야 한다는 제도로 인해 시범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실제 환자의 30%가 약 수령을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행 중인 시범사업의 실효성 제고와 법제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의약품 재택수령 확대를 비롯한 전체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달라”며 “이를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를 개시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온라인 화상 통신을 통해 참석한 일본 시나노 약국의 야마다 카주타카 약국장은 약 배송 시스템과 관련한 긍정적 경험을 공유하며 산업계의 의견을 지지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복약지도와 의약품 배송에 대해 가산수가를 매겨 서비스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며 “약사의 관리 지역이 넓어지면서 의료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환자들도 도울 수 있게 됐고 직업적 효능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도 해외 사례에 따라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진료와 약 배송까지 비대면으로 이어져야 서비스 완결성이 높아지는데 현행과 같이 약을 직접 수령해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한국형 모델은 한계가 있다. 해외 제도를 참고해 새로운 모형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산업계는 법제화 단계에 앞서 ‘자율 규제’를 통해 걸림돌이 될만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자율 규제 사안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안전성 향상 △접근성 확대 △화상진료 기능 고도화 등이 포함된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 회장은 “원산협은 비대면 진료가 한국 의료 환경에서 안전하고 신뢰받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율 규제를 실행해 책임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