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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에 대한 국회 합의가 또다시 불발됐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둘러싼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금처럼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더 받아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국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연금개혁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법 개정안 33개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제2법안소위 위원장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상임위나 소위 차원에서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며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을 논의하고, 자동조정장치까지 훑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9%의 보험료율을 내고 소득대체율 40%(2028년)의 연금액을 향후 수령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타가는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대로라면 오는 2056년 연금 곳간이 바닥난다. 현재 하루 885억원가량의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급한 상황이지만, 여야 간 소득대체율에 대한 입장이 달라 개혁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높이는 데는 여야, 정부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에 대해 국민의힘은 ‘더 내고 그대로 받자’는 입장이다. 보험료는 올리되 2024년 기준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을 유지하자는 제안이다.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방안이다. 연금개혁 논의 방법에 대해서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복지위에서 보험료율만 우선 인상하고, 소득대체율과 구조개혁은 재정당국을 포함한 특위를 구성해 추진하자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더 내는 대신 더 받자’며 맞서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지난 21대 국회 연금특위가 실시한 공론화 결과에서도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늘리는 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은 만큼, 소득대체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은 복지위에서 한 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개혁은 특위에서 장기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3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론화 결과를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 시민들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것에 동의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소득대체율 논의와 분리해 먼저 처리하자고 하는데, 이는 해괴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재정안정론 측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연금연구회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을 70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현재 설계된 대로 40%에 묶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보험료를 18.1%로 인상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여야 법안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보험료 13% 인상안도 국민 수용성을 감안해서 타협한 ‘반쪽짜리 개혁안’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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