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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은 ‘한 명이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불린다. 비극의 크기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에게 더 가혹했다. 중증 장애 아들을 39년간 돌보다 살해한 60대 아버지에게 지난해 징역형이 선고됐다. 아들은 장애로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들의 식사와 목욕 등 병간호를 도맡아 왔다. 지난해 11월 40대 친모는 생활고에 빠지자, 지적장애인인 초등학생 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
최근 몇 년간 간병비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간병비 압박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을 더욱 세게 조른다. 22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증장애인의 병원 입원 시 간병지원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최소 100만원 이상 월평균 간병비용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급 간병을 이용한 장애인 입원 일수는 131.8일로, 비장애인(25.8일)에 비해 약 5배 길었다. 하루 간병비를 13만원을 계산하면 월평균 142만7833원, 하루 간병비를 18만원으로 가정하면 월평균 간병비는 197만7000원이다. 비장애인의 월평균 간병비(27만9500원~38만7000원)와 비교하면 최소 114만8333원, 최대 159만원 차이가 난다.
간병비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몫이다. 한 달에 간병비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월 소득보다 많은 경우도 발생했다. 비용 부담은 병원 진료나 입원에 대한 망설임으로 이어졌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간병비가 부담스러우니 병원을 잘 안 가게 된다” “병원의 권유에도 입원을 안 하고 집에 간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간병비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연구진이 만 19세 이상 성인 장애인 중 최근 5년 이내 입원 경험이 있고 입원 기간 간병 지원을 받은 7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병비 부담으로 입원을 늦추거나 줄였던 경험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31.7%였다. 19%는 ‘간병비 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중증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은 더 컸다. 중증 장애는 간병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증 장애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거나 중증 장애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간병인이 매칭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는 응답자는 28.4%에 그쳤다.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41.8%가 ‘관련 제도를 몰라서’였다. 10.8%는 ‘서비스 이용을 원했지만 거절당했다’였다.
보고서는 중증장애인 간병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현물·현금지원서비스 지원 방안, 긴급지원 의료비 범위 간병비용 중증장애인 우선 적용 등을 제안했다. 전문가는 “‘의료급여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에 ‘간병’을 추가해 간병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휠체어 여부, 배변 장애 여부, 와상장애 여부, 감염병 등에 따라 간병비가 커지고 있다. 표준화된 간병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의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문가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받은 사람 4명 중 1명은 병원에 입원 중일 때 간병 서비스를 받았다”며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재난적 의료비를 간병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