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도 BMI 기준 비만”…‘임상적 비만병’ 개념 도입 필요한 이유

“김종국도 BMI 기준 비만”…‘임상적 비만병’ 개념 도입 필요한 이유

대한비만학회, 4일 세계비만의 날 정책간담회 개최
BMI 기준, 성인 3명 중 1명 비만…“세부적 평가로 치료 대상자 좁혀야”
“임상적 비만병 기준 활용해 만성질환 관리 정책 수립 필요”

기사승인 2025-03-04 18:53:37
대한비만학회는 4일 ‘2025년 세계 비만의 날’을 기념해 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임상적 비만병’이라는 새로운 비만 개념을 제시했다. 박선혜 기자

대한비만학회가 ‘임상적 비만병’이라는 새로운 비만 개념을 제시했다. 기존에 비만 상태를 가름하던 체질량지수(BMI)로는 개별 환자 상태를 반영할 수 없는 만큼, 인체 기관의 장애와 일상 활동 제한 정도를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법으로 비만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기념해 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준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교수는 “비만은 오랜 기간 단순하게 체중 증가나 지방 축적으로 설명돼 왔다”며 “이러한 접근은 개별 환자의 건강 상태나 장기 기능 저하 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 조교수는 “단순히 BMI로만 비만을 나눈다면 근육량이 많은 연예인 김종국이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반면, 겉보기엔 말랐지만 근육량이 부족하고 내장 지방이 많은 사람들은 실상 비만임에도 BMI 기준으로는 정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MI는 비만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게 만든다”며 “비만이 질환이라는 인식을 떨어뜨리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은 만 19세 이상 성인의 37.2%에 달한다. 성인 3명 중 1명이 BMI 25kg/㎡ 이상인 비만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적다. 학회가 지난 2월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만 진료 및 관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만이 ‘BMI 25kg/㎡ 이상은 비만이다’라고 판단했으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질환이라고 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이에 학회는 기존의 BMI 중심 평가 방식을 넘어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임상적 비만병’ 진단 및 관리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BMI뿐만 아니라 생체전기저항분석 등 체지방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과 허리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신장 비율 같은 보조적 인체 계측치를 함께 사용한다. 또한 주요 기관 기능 장애나 일상 활동 제한 여부를 기준으로 비만병 전단계와 비만병을 구분했다.

이 조교수는 “임상적 비만병은 지방 축적이 중추신경계, 상기도·호흡기 등 장기에 문제를 일으키고, 일상 활동 제약과 같은 임상 증상으로 이어진 경우를 말하며, 전단계는 과도한 체지방이 확인됐지만 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면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환자를 분류한다면 비만 예방부터 치료까지 맞춤형 관리 계획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임상적 비만병 기준을 통해 관련 빅데이터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가은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는 “현재까지 비만 역학과 관련된 국가 차원의 조사는 주로 단순 BMI 기반으로 이뤄져 제한적”이라며 “비만 관련 데이터의 통합적 관리 체계가 미흡하고, 비만의 임상적 경과와 합병증 발생에 대한 장기적 코호트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남 부교수는 “특히 비만 진료와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한 역학 연구, 치료 패턴 분석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려웠다”며 “임상적 비만병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명확하게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추려내고, 이들에게 건강보험 시스템을 적용해 환자의 경제적 장벽을 낮추면서 치료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임상적 비만병에 초점을 맞춘 정기적인 국가 단위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건강보험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연계한 비만 관련 빅데이터 구축 및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만성질환 정책 수립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만성질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비만을 중심으로 한 만성질환 관리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심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질환에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지만 이런 질환들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비만은 제외돼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BMI 기준으로 보면, 비만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관리 대상이 많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책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임상적 비만병을 활용해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수립한다면 대상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임상적 비만병 기반의 만성질환 관리 정책이 반영될 첫 지역으로 서울을 지목했다. 박 교수는 “서울의 경우 인구밀도가 높고 모든 구에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보유한 보건소가 설치돼 있으며, 각 보건소에는 임상적 비만병 진단에 필요한 체성분측정기기가 설치돼 있다”면서 “선도적으로 임상적 비만병을 할용한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했다. 이어 “새로운 기준은 여러 제한점이 남아 있어 정책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와 비만 전문가, 지역사회와 협력해 체계적 검토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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