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수습하기 위해 3조5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의정갈등이 계속돼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할 경우 건강보험 누적 적자액은 1조7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최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재정 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총 3조5424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가 3810억원 사용됐다. 군의관·공보의 파견 수당(282억5700만원), 상급종합병원·공공기관 등 신규 채용 인건비(1134억2200만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 인력 당직 수당(1996억5600만원), 공공의료기관 휴일·야간 수당(190억78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도 1712억원 쓰였다. 서울이 655억9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가 343억95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의료 인력 당직비, 공공의료기관 휴일·야간 수당, 대체인력 채용 인건비 등에 주로 사용됐다.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1조5058억원)과 건강보험 수련병원 선지급(1조4844억원) 등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편성됐다. 국회예산처의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따르면, 의정갈등 비상진료체계가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 누적 적자액은 1조7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하자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아울러 중증·응급환자 비상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응급의료체계 유지, 비상진료 수가 인상을 추진했다. 또 수련병원에 건보 급여를 선지급하는 등 건보 재정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작년 2월부터 중증·응급환자 초기 진료와 중증 환자 수술·입원을 독려하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 한시 인상에 월 2085억원의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응급진료체계 유지 지원, 경증 환자 회송 지원, 중증·응급 입원진료 지원, 일반 입원진료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7~9월 수련병원에 선지급한 건보료는 1조4844억원이다. 각 수련병원은 4월부터 선지급 받은 급여비를 상환해야 한다.
진선미 의원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추진이 결국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이어지고 있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향후 5년간 의료개혁을 위해 국가 재정 10조원과 건보재정 10조원 등 총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