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몰락, 벼랑 끝 몰린 MBK [취재진담]

홈플러스의 몰락, 벼랑 끝 몰린 MBK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3-21 06:00:11
‘기업사냥꾼’, ‘먹튀’, ‘악질 투기자본’.

모두 사모펀드(PEF)를 언급하는 수식어다.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이는 그간 사모펀드가 기업을 단순히 투자 수단으로 악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아연에 이어 홈플러스 사태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사모펀드는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자본시장의 하이에나, 먹튀로 굳어진 이미지는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의 근원도 사모펀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로부터 촉발됐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해 운영한 뒤 경영 악화가 거듭되자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홈플러스의 부실을 키운 주요인으로 MBK의 ‘차입매수(LBO)’ 방식이 지적된다. 차입매수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당시 MBK가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이 중 70%에 달하는 약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 대출로 마련했다. 이후 인수할 때 들였던 차입금 등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경영 악화를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생존 위기에 놓인 직원들의 고충도 크다. 홈플러스를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직원들과 협력업체, 입점업주들은 점포 폐점으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부터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와중에 MBK 경영진들의 지나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유영하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보유한 슈퍼카 사진을 공개했다. 

김 부회장은 4~6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등 10대가 넘는 초고가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 의원은 김 부회장을 향해 “이 정도로 부도덕하다”면서 “약탈적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병주 MBK 회장은 이날 해외 출장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권은 MBK 경영진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에선 김 부회장의 슈퍼카 구매 자금 출처와 명의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김 회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무위 회의에 불출석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홈플러스의 위기 속에서 MBK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민심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MBK를 향한 여론의 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이 어려울 때 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아가야 할 때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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