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역 예담고’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함안 모곡터널을 재활용해 영남권역의 유산을 전시·활용하는 공간으로, 고대 철기 문화와 교역으로 번성했던 아라가야의 중심지인 경남 함안이 새로운 역사·문화 공간의 거점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담고는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비귀속 유물들을 안정적으로 보관·관리하고 전시나 교육·체험 등을 하는 공간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함안군에서 개관했다.
영남권역 예담고에서는 영남권역에서 발굴된 1742 박스의 발굴유물을 기반으로 개방형 수장고를 함께 운영할 예정이며 3월24일 개관을 기념해 아라가야 주요 유적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하는 특별전도 마련된다. 아라가야 궁성인 ’함안 가야리 유적‘, 아라가야 귀족의 무덤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 아라가야 토기가마터인 ‘함안 우거리 유적’ 출토 유물 100여 점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유물을 발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트라울: 과거와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 상설전도 관람할 수 있다.

개관식을 준비한 관계자는 “유물의 단순 보관·관리와 체험·교육 공간에서 나아가 국가로 귀속되기 전 유물들의 가치를 탐색하고 극대화하는 ‘문화의 정거장’이자 비귀속 유물들의 ‘최종 종착지’로 기능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예담고는 발굴→연구→전시→교육까지 ‘유물의 여정’을 온전히 담아내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유산이 적극적으로 활용·공유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조근제 함안군수는 “발굴유물 역사문화공간인 영남권역 예담고가 우리군에서 개관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옛 아라가야의 고도이며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통해 지역의 번영과 발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함안에 또 하나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라가야의 왕성, 함안 가야리유적 조사 성과 공개
함안군과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가야리유적 북서편 곡간지(谷間地)인 1구역에서 실시한 발굴조사의 성과를 공개했다. 가야리유적은 그 간의 조사로 아라가야 전성기에 속하는 5세기 후엽부터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기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8년부터 현재까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에서 발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부터 조사 중인 1구역에서 나무틀을 짜고 흙을 다져 성벽을 쌓은 판축토성, 성 내부의 습하고 연약한 지반에 부엽층과 사질층을 번갈아 쌓아 생활공간을 마련한 대지조성, 성 안의 물을 배출해 성벽을 보호하는 2기의 배수시설, 성 안의 물을 모으는 집수시설이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 새로 공개된 집수시설은 지름 9.7m, 현시점 깊이 1.9m 이상 규모의 원형계 석축(石築) 집수지이다. 아래쪽은 잘 다듬은 돌로 바른층쌓기*를 했고, 위쪽은 자연돌과 다듬은 돌로 허튼층쌓기*했는데, 상·하 석축 간 축조기법의 차이는 시간차를 두고 고쳐 사용한 흔적으로 파악된다. 향후 집수지 내부 발굴조사를 통해 축조 수법, 배수로와 연계된 배수체계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야리유적의 판축토성과 체계적으로 구조화된 배수시설은 가야 토성 최초의 예이며, 왕성 배후의 봉산산성, 가야리 제방, 아라가야 권역의 성곽 방어체계는 당시 아라가야가 고대국가로서 성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함안군은 앞으로도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와 함께 체계적인 발굴조사와 융복합연구를 통해 아라가야 왕성의 구조, 축조기술, 공간구성, 왕성 주변의 경관을 체계적으로 밝혀나갈 예정이다.
조근제 함안군수는 “함안은 아라가야의 도읍으로서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되어 있고, 그 중심에 가야리유적이 있다”면서 “고도 지정 추진에 박차를 가해 유적의 보존과 육성을 병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