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외교가 더 이상 ‘안전한 수사’와 ‘형식적 대응’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글로벌 패권 질서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주요 강대국의 외교 노선은 갈수록 더 계산적이고 냉혹해지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외교·안보 라인에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발탁한 것은 단순한 인선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직업 외교관 체제는 전통적으로 외교 관료의 일관성과 조직적 안정성을 강점으로 여겨왔지만 급변하는 정세에 둔감하고,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역시 명확하다. 반복되는 공식 협의, 교과서적 언어, 원론적 대응 방식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흐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김현종 전 차장은 이 구조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외교를 ‘실천과 돌파의 기술’로 본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협상에서 거센 반대 여론과 정치적 부담 속에서도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전략적 반격’이라는 실전형 조치를 이끌어낸 전력도 있다.
그의 이력은 전형적인 외교관의 그것과 다르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대형 로펌 실무 경험과 유엔 대사, 삼성전자 사장이라는 경력을 두루 거쳤다. 그는 현장의 정세를 직접 읽고, 전략을 설계하며, 민간과 국가를 동시에 조율하는 유연함을 갖춘 ‘국가 전략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최근 그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과 싱크탱크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트럼프 2기 체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공유했다. 이는 단순한 친선 외교나 구두 전달이 아닌, 이재명 외교 전략의 실행 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직접 점검하는 ‘작전 회의’였다.
김현종 전 차장은 이 후보를 두고 “말보다 실천이 먼저인 사람”, “양복 입은 글라디에이터”라고 평했다. 전시 지도자론을 앞세운 이재명 리더십에 김현종은 국제 정세라는 전장(戰場)에서 포탄을 막아낼 실전형 장군인 셈이다.
정치와 외교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다. 국가안보는 경제이고, 통상은 안보다. 김현종이 단순한 조언자가 아닌, 향후 이재명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실질적인 외교 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지금 이 나라 외교의 얼굴, 김현종이 아니라면 누가 할 것인가?”
지금 이 질문은 수사가 아니라, 절박한 선택지다. 외교 실패는 곧 경제 붕괴로, 외교 무력은 곧 안보 공백으로 직결된다. 김현종은 대한민국이 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열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