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시간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PTSD'… 근본적 치료법 찾았다

[쿠키과학] '시간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PTSD'… 근본적 치료법 찾았다

IBS-이화여대, 뇌 별세포에서 PTSD 신경전달물질 포착
GABA 합성 약물로 공포반응 완화 확인, 임상 2상 준비 중
공황장애, 조현병, 불안장애 등 효과 검증 추진

기사승인 2025-07-29 10:56:14
전전두엽 GABA 농도가 뇌혈류량을 통해 PTSD 증상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 IBS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는 공포 기억이 정상적으로 사라지지 않아 지속적인 불안과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병태생리의 근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희미해지는 일반적 기억과 달리 PTSD 환자는 시간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PTSD 치료제는 대부분 세로토닌 수용체를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사용하며, 이 경우 효과는 20~30%에 그치며 치료 반응속도도 느리다. 

때문에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항우울제 치료를 넘어 PTSD 병리기전에 기반을 둔 치료제 개발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공포기억 사라지지 않는 이유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은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석좌교수팀과 공동연구로 공포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PTSD의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뇌 별세포가 만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를 새로운 치료표적으로 제시했다.

공동연구진은 PTSD 환자, 외상 경험자, 일반인으로 구성된 380명의 뇌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혈류량이 감소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변화는 PTSD 증상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회복된 환자는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모두 정상화됐다.

전전두엽은 감정조절, 사회적 행동 등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PTSD 환자는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공포 반응 조절장애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장은 선행 연구로 뇌 별세포가 효소 ’마오비(MAOB)‘를 통해 가바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마오비 활성이 증가하면 가바가 과다 생성돼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작용이 강화된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이 단장은 임상 뇌영상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PTSD에 나타나는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별세포에 의한 가바의 과도한 축적에서 비롯됨을 확인했다.

PTSD 동물 모델의 전전두엽 별세포 MAOB를 선택적으로 유전적으로 결손 시켰을 때, 공포기억 소멸이 향상된 결과. 반응성 별세포와 별세포의 GABA는 공포기억 소거와 반비례함을 보여준다. IBS

연구진이 PTSD 환자 사후 전전두엽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 별세포에서 마오비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조직 내 반응성 별세포가 확장됐다.

동시에 가바 분해효소(ABAT)의 발현이 감소하면서 가바가 과잉 생성·축적되는 병리적 변화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전두엽 기능 저하와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에서 별세포의 마오비 활성을 증가시킨 PTSD 동물모델은 공포 반응이 장기간 지속되고, 공포 기억을 감소시키는 뇌의 회복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반면 마오비 활성을 억제해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면 이런 반응이 완화됐다. 

이는 별세포의 마오비 과활성에 따른 가바 축적이 PTSD에서 공포 기억이 지속되는 원인임을 입증한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마오비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 ‘KDS2010’을 PTSD 동물모델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한 결과 별세포의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고,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뇌 기능도 정상화돼 불안행동 증상이 완화됨을 확인했다.

PTSD에서 별세포 GABA 조절 메커니즘 및 신약 KDS2010의 치료 효과. IBS

이번에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은 안전성 검증을 마치고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이 단장은 “이번 연구는 PTSD를 분자·세포 수준에서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표적으로 별세포를 제시해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며 “PTSD에 국한하지 않고, 별세포 기능 이상이 연관된 공황장애, 조현병,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KDS2010의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IF=52.7, 2024 JCR)’ 28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