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보다 소통이 먼저다 [기고]

소나무보다 소통이 먼저다 [기고]

한기영 서경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5-09-09 13:20:56
 한기영 서경대학교 교수
가로수는 단순한 조경이 아니다. 여름에는 그늘을 내어 쉼터가 되고, 도심의 공기 정화와 소음 저감 역할을 하며, 삭막한 도시에 녹색 경관을 선물한다. 느티나무, 양버즘나무처럼 흔히 쓰이는 가로수는 인간과 비슷한 수명을 지니며, 도시 환경 속에서 주민과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가로수 교체는 행정 편의적 결정이 아닌, 충분한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포구가 추진 중인 ‘품격 있는 녹색 특화거리 조성사업’은 수차례 계획 변경 끝에 오는 2026년까지 ‘특색 있는 명품거리 조성사업’으로 확대됐다. 총 26억 원의 비용과 4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대규모 사업임에도 구의 소통 부족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우선 부실한 계획과 절차가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22년 예산 심의에서 이미 ‘계획서 부실’ 지적을 받았고, 2024년에는 심의 보완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최근 구의회 구정 질의에서는 공덕역이 대흥역으로 표기되는 등 기본 계획에 대한 검토조차 허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 의견 수렴 역시 제한적이었다. 1차 사업으로 마포대로 북단부터 공덕역까지, 2차 사업으로 공덕역에서 아현교차로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설명회는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또 삼개로의 한 소나무에는 ‘기증 받았다’는 문구가 걸려 있지만 기증자가 누구이고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공개된 게 없다.

정책적 타당성도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약 17억여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가로수를 소나무로 바꿔 심었을 경우 나타날 영향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구에서는 수종 선정 기준으로 건물 광고판과의 조화, 사계절 녹음 연출, 대기환경 개선 효과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관련 연구에 따르면 느티나무나 버즘나무를 비롯한 9개의 대표 가로수 수종 가운데 소나무의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최하위에 머문다. 

더불어 병충해에 취약한 점, 도시 환경에 대한 낮은 적응성, 송진 알레르기 유발 등은 주민의 생활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관리 편의성이나 경관 효과는 일부 있겠지만, 2024년 식재분 상당수가 고사해 다시 심었던 예산 낭비 사례는 비효율적 행정과 함께 정책 추진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소나무 식재에 대한 주민들의 정보 공개 요구마저 부동산 투기 우려가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관련 자료 또한 30년 비공개 문서로 설정하는 등 주민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가로막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해법은 내놓지 못한 채 앞으로 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통 행정이다. 단순히 어떤 나무를 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추진 절차와 주민의 참여,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조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는 선진행정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책을 시행해야 정당성과 타당성을 담보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자치구의 미래는 주민과의 소통 속에서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