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리튬, 조울병 맞춤치료 열쇠'… KAIST, 양극성 장애 치료법 제시

[쿠키과학] '리튬, 조울병 맞춤치료 열쇠'… KAIST, 양극성 장애 치료법 제시

리튬 반응성 따라 대사경로 차이, 세계 최초 규명
조울병의 핵심 대사 조절자 '성상세포' 확인
조울병 신약 개발 플랫폼 활용 기대

기사승인 2025-09-10 15:53:31
양극성 장애 환자의 성상세포가 신경세포와 상호작용하는 과정. KAIST

극도의 기쁨과 슬픔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 '조울병'은 세계 인구의 1~2%가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양극성 장애의 뇌 상태는 조증과 우울증 상태에 따라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원인이 되는 주요 세포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양극성 장애로 인한 극단적 선택 위험은 일반인보다 10~30배 높아 치료대책이 절실하다.

때문에 양극성 장애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치료제는 대부분 뇌전증이나 조현병 등 다른 질환을 위해 개발된 약물이 임상이나 재평가를 거쳐 우연히 전용된 경우다.

조율병 환자 맞춤치료 기대

KAIST 의과학대학원 한진주 교수팀이 리튬 반응성에 따른 성상세포의 대사 차이를 최초로 규명해 조울병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성상세포는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뇌 환경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뇌 세포의 절반을 차지한다.

연구팀은 조울병 환자의 세포로부터 제작한 줄기세포(iPSC)를 성상세포로 분화시키고 관찰한 결과, 리튬에 반응하는 여부에 따라 세포의 에너지대사 방식이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리튬 반응이 없는 경우 세포 내 지질방울이 과도하게 쌓이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졌다.

아울러 포도당 분해 과정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젖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등 대사 이상이 나타났다. 

특히 리튬반응 환자의 성상세포는 리튬을 처리하면 지질방울이 감소했지만,  비반응 환자는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리튬 비반응성 성상세포는 신경세포로부터 지방산을 더욱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유발하는 특징을 보였다.

또 환자 유형에 따라 성상세포가 생성하는 대사산물에 차이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리튬 반응에 따라 세포의 에너지공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대체 경로를 과도하게 활용하면서 부산물이 쌓이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성상세포가 조울병의 에너지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함을 입증, 리튬 반응성에 따라 환자 맞춤치료의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교수는 “성상세포를 표적으로 조울병 치료제 개발전략을 제시함으로써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치료 전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의과학대학원 백규현·김다연·손그림·도현수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성과는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몰레큘라 사이카이트리(Molecular Psychiatry)’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Differential effects of lithium on metabolic dysfunctions in astrocytes derived from bipolar disorder patients  DOI: https://doi.org/10.1038/s41380-025-03176-w)

(왼쪽부터)KAIST 의과학대학원 한진주 교수, 백규현·김다연·손그림·도현수 박사과정.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