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높은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은 위암이 암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에서 5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조기 발견 시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지만,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된 ‘전이성 위암’의 경우 항암치료가 유일한 선택지로 남는다. 특히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양성 위암은 암세포의 증식 속도가 더 빠르고 예후도 나빠 신속하고 효과적인 치료 접근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10년 넘게 1차 치료의 표준은 ‘트라스투주맙’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최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보험급여의 부재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제약을 겪고 있다. 전이성 HER2 양성 위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의 급여 필요성이 제기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위암은 초기에 특이 증상이 거의 없으며, 경미한 불편감이 있더라도 일반적인 위장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연간 약 2만9000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 중 진단 당시 4기는 15% 정도다. 위암 2~3기에서 재발하는 20~30% 환자가 전이성 위암 범주에 속하게 된다. 암은 병기에 따라 약제 반응률과 생존율이 달라진다. 1기(국한) 위암은 내시경적 절제나 수술을 통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2~3기(국소)의 경우에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반면 4기(원격) 전이 환자의 예후는 크게 다르다. 1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약 97.4%, 2~3기는 62% 수준이지만 4기의 경우 7.5%에 불과하다. 진단·치료가 어려웠던 과거엔 4기로 진단되면 항암 치료를 하더라도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을 넘기기 어려웠다. 특히 젊은 여성 환자의 경우 1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전이성 위암은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HER2’라는 표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HER2 양성 위암에선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이 더 빠르게 일어나 음성보다 예후가 더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HER2 양성 위암 1차 표준 치료요법은 10년 넘게 2010년에 도입된 ‘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에 머물러 있다.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법은 미국 머크(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이뤘다. 국내에선 2023년 12월 ‘전이성 HER2 양성 위암의 PD-L1 발현 양성 환자의 1차 치료’로 적응증 승인을 받았다.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의 우수성은 여러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20.1개월로, 대조군의 15.7개월 대비 우수한 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보였다. 사망 위험은 21%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KEYNOTE-811’ 3상 결과에 따르면, 펨브롤리주맙에 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을 투여한 환자군에서 종양 크기가 뚜렷하게 줄어든 환자의 비율은 73.2%,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율은 17.1%, 부분관해율은 56%로 나타났다. 진단 당시 4기 위암으로 림프절까지 전이가 퍼져 상태가 좋지 못했던 52세 환자는 치료 12주(4사이클)만에 간과 대동맥 전이가 대부분 소실됐다. 1년이 경과한 시점엔 암이 완전히 소멸했다.
정민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도 HER2 양성 위암 환자에게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사용하면 반응률이 매우 높으며, 두세 달 만에 종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이러한 결과를 직접 확인하며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전이성 위암의 획기적인 신약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은 HER2 양성 위암 1차 치료에 유일하게 허가된 면역항암제 치료옵션이지만,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미충족 수요가 큰 편이다. 지난 6월부터 기존 항암제에 신약을 병용하더라도 기존 약제의 보험급여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기준 개선도 이뤄졌지만,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에 쓰이는 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만 부분급여로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환자가 펨브롤리주맙 치료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병용요법 전체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가장 안타까운 환자들은 젊은 여성 위암 환자다. 그 중에서도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다. 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다”며 “최근 싱가포르에서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급여 적용을 받은 것처럼 우리나라도 급여를 통해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기적을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과정에 대한 공포로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을 향해선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해도 중앙 생존 기간이 6~7개월, 길어야 1년 2개월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 덕분에 20개월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과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암 진단 당시 4기나 재발 환자라도 희망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