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110억 년 전 푸른빛 은하의 비밀'… 천문연 '국제 공동연구단' 발견

[쿠키과학] '110억 년 전 푸른빛 은하의 비밀'… 천문연 '국제 공동연구단' 발견

먼지 속 강한 푸른빛 발산 은하 ‘BlueDOG’ 포착
우주 정오시기 탄생 초대질량 블랙홀 포함
폭발적 별 탄생과 블랙홀 성장 동시 포착

기사승인 2025-10-13 10:58:14
두꺼운 먼지에 싸인 모은하에서 강한 푸른빛이 보이는 초대질량 블랙홀 은하 상상도.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먼지 속에서 강한 푸른빛을 내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품은 은하를 새롭게 발견했다. 

공동연구진은 천문연이 운영 중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으로 발견한 특이 천체 후보를 칠레 제미니 남반구 망원경(GEMINI-South)으로 후속 분광 관측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 

먼지에 두껍게 가려진 은하는 일반적으로 붉게 보인다. 

먼지가 자외선 같은 짧은 파장의 푸른빛을 가로막고 산란시키는 반면 적외선 같은 긴 파장의 붉은빛은 잘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은하는 이례적으로 자외선을 넘어선 강한 푸른빛을 보인다.

‘BlueDOG(Blue-excess Dust-Obscured Galaxy)’으로 불리는 이 은하는 110억 년 전 은하와 블랙홀이 가장 활발히 성장하던‘우주 정오(Cosmic Noon)’시기에 존재했던 천체다. 

이 은하는 질량이 태양의 약 2조 배에 달하며, 중심에는 태양질량의 140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또 폭발적인 별 탄생 현상이 일어나 은하의 밝기는 우주에서 매우 드문 태양의 약 80조 배에 달하는 초고광도 특성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먼지에 가려진 은하가 아니라, 은하의 진화 단계 중 폭풍 성장하는 시기를 보여주는 특별한 천체임을 의미한다.

공동연구진은 이 은하가 최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한 수수께끼 은하로 불리는‘작은 붉은 점(LRDs, Little Red Dots)’과 닮은 사실을 확인했다.

LRDs는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BlueDOG 은하보다 20억 년 앞선 시기의 초기 우주에서 발견된 작은 점의 은하로 추정되지만, 내부에 강력한 블랙홀 활동과 별 탄생이 공존하는 특징을 갖는다.

BlueDOG과 LRD는 각각 다른 시기의 은하임에도 두 천체 모두 강력한 블랙홀 활동과 폭발적인 별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게 공통점이다. 이 같은 특징은 은하와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잇는 연결 고리를 밝혀낼 단서가 된다.

먼지 속에 있는 천체임에도 KMTNet 망원경에서 가시광으로 푸르게 관측된 천체 이미지. 한국천문연구원

이에 공동연구진은 독특한 푸른빛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두 가지 가능성을 분석했다. 

우선 중심 블랙홀의 빛이 은하내부 가스와 먼지에 의해 산란되거나, 은하 내에서 최근 일어난 폭발적인 별 생성 활동으로 푸른빛이 초과로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실제 분석결과 산란광이나 폭발적 별 생성 어느 쪽만으로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워 두 현상이 함께 기여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 발견은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함께 질량을 키워나가는지, 아울러  우주에서 가장 밝은 초고광도 은하의 형성 과정과, 이 과정에서 이례적인 푸른빛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향후 여러 우주망원경과 지상 거대 관측시설을 활용한 심층 분석으로 폭발적인 별 생성의 흔적을 찾고 푸른빛 초과 현상의 기원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김성재 천문연-UST 학생연구원은 “먼지에 가려진 상태에서도 예외적인 푸른빛을 뿜으며 최근 제임스웹이 발견한 수수께끼 은하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웅섭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적외선 영역에서 매우 밝게 빛나는 초기 은하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초대질량 블랙홀의 강력한 활동과 폭발적인 별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포착했다”며 “이번 성과는 최근 제임스웹이 발견한 수수께끼 초기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함께 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이번 성과는 KMTNet과 천문연이 국제협력으로 운영하는 제미니 망원경이 협업해 이룬 결과”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성과를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0일 미국 천체물리학회지(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