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어린이·임신부도 처방…“투약 기준 있으나마나” [2025 국감]

비만약 ‘위고비’ 어린이·임신부도 처방…“투약 기준 있으나마나” [2025 국감]

DUR 처방 점검 어린이 69건·임신부 194건
비만과 무관한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처방

기사승인 2025-10-13 12:11:23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당뇨·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투약 기준을 벗어나 어린이나 임신부에게도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 대상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위고비 처방 점검 건수가 69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투약 대상자가 임신부인 경우의 DUR 점검은 194건이었다. 

또 다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는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어린이 DUR 점검은 67건이고, 임신부는 179건으로 집계됐다.

DUR은 약을 처방·조제할 때 병용, 연령, 임신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DUR 점검이 실제 처방전 발행·조제 및 복용 여부는 아니나, 비만 치료제는 비급여 품목으로 건강보험 통계를 집계할 수 없어 DUR을 통해 처방 동향과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허가된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 30㎏/㎡인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임신 기간 동안에 사용해선 안 된다. 환자가 임신을 원하거나 임신한 경우 약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 만 18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에서도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아울러 비만과 무관한 의료기관들에서 위고비, 삭센다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의 위고비 공급내역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비뇨기과 1010건, 안과 864건, 치과 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으로 집계됐다.

위고비 투약 환자 중 병원 치료 내역 역시 우려되는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시판된 위고비를 투약한 뒤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961명이었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른다.

김 의원은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 사항을 무시하고 위고비 같은 전문의약품을 처방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면서 “마운자로가 최근 출시돼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원칙 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는 비만 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