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단 신약 심사’ 목표…인력 확보·높은 수수료 과제

‘세계 최단 신약 심사’ 목표…인력 확보·높은 수수료 과제

기사승인 2025-10-27 06:00:0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신약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심사인력 확보와 높은 수수료에 따른 중소 제약사의 부담 완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열고,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혁신 신약을 240일 목표로 신속하게 허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허가·심사 프로세스를 혁신해 동시·병렬적 심사로 전환하고, 개발부터 허가까지 전 주기에 걸쳐 규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의 신약 심사는 해외 주요국보다 길다. 글로벌 규제 컨설팅 전문기업 CIRS 그룹이 내놓은 ‘연구개발(R&D) 브리핑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 심사 기간은 420일에 달한다. 일본 290일, 미국 356일과 비교해 긴 편이며, 유럽(430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바이오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획기적인 절차 단축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는 국가 우선순위 바우처(CNPV)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도 혁신 신약 임상시험 신청에 대한 검토 기간을 기존 60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도 신약 허가 심사 과정을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초 전담 심사팀을 신설해 허가별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약은 자료심사, 제조및품질관리(GMP) 실사 등을 우선 시행해 허가 기간을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하겠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사인력의 절대적 부족이 허가 절차를 장기화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소수의 심사자가 방대한 자료를 순차 검토하고 있는 탓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 심사 인력은 369명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FDA 9049명, 유럽 EMA 4000명, 일본 PMDA 635명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다. 1건당 투입 인력도 식약처는 3~5명이지만, 미국 FDA는 40명, 유럽 EMA는 20명, 일본 PMDA는 15명에 달한다. 남 의원은 “‘K-바이오 심사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면 식약처 심사인력을 대폭 확대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심사 인력을 300명 확대하고, 소요되는 150억원의 예산을 신약 심사 비용 증액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신약 심사료(허가 수수료)를 기존 803만원에서 바이오시밀러는 3억1000만원, 신약은 4억1000만원으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신약 심사 기간 단축에 대한 기대감과 심사 수수료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간 단축은 그간 업계가 요청해 왔던 사안”이라면서도 “240일 내 허가가 이뤄지려면 기업과 심사기관 간 소통이 원활해야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렬 심사와 같은 제도 혁신이 현장에 맞게 적용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확대로 중소 제약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큰 폭으로 올라, 영세한 기업들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엄두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