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진화 비밀 밝힌다'… IBS-INFN 국제공동연구센터 출범

'우주 탄생·진화 비밀 밝힌다'… IBS-INFN 국제공동연구센터 출범

암흑물질·중성미자 글로벌 협력연구 본격화
국제협력 통한 차세대 과학자 양성, 연구역량 강화

기사승인 2025-10-30 16:29:39

30일 IBS에서 열린 ‘IBS-INFN 중성미자 암흑물질센터’ 출범식. IBS


우주의 비밀을 품은 암흑물질과 중성미자 연구를 위해 한국과 이탈리아가 손을 맞잡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 산하 그란사소국립연구소(LNGS)와 공동 설립한 ‘IBS-INFN 중성미자 암흑물질(dark matter) 센터’ 출범식을 30일 본원에서 개최했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보이지 않지만, 중력의 영향으로 존재가 확인되는 물질로, 우주 전체 질량의 약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암흑물질 후보로는 WIMP, 액시온 등이 거론되며, 이를 검출하기 위해 지하실험실에서 배경 방사능을 줄이고 매우 미약한 신호를 찾고 있다.

아울러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유령입자(ghost particle)’로 불리는 중성미자(neutrino) 역시 미지의 영역으로, 이를 탐지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중성미자는 우주의 형성·진화와 물질-반물질 불균형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세계 각국은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규명돼야 할 물리학의 두 가지 난제를 풀기 위해 우주 방사선이 차폐되는 깊은 지하에서 이들 희귀 입자 신호를 정밀하게 탐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기초과학을 대표하는 그란사소연구소는 세계 최대 규모 지하실험시설로, 다수의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중성미자 진동 실험과 암흑물질 탐색 분야에서 선도적 성과를 거두며 지하입자물리 연구를 이끌고 있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국내 유일 고심도 지하실험시설인 강원 정선군의 예미랩을 기반으로 암흑물질 및 중성미자 탐색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그란사소연구소의 대표 암흑물질 탐색실험인 ‘다마(DAMA/LIBRA)’ 연구결과를 반증하며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양 기관은 그간 경쟁으로 다져온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IBS-INFN 센터는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과 에치오 프레비탈리그란사소연구소장이 공동 책임자를 맡아 대등한 체계로 운영된다. 

양 기관은 매년 연구비 5억 원을 각각 매칭 펀드로 출연, 5년간 초기 운영 후 평가를 거쳐 최대 10년까지 지속할 방침이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 IBS

이번 협력은 IBS가 운영 중인 ‘글로벌 협력연구센터’ 프로그램으로 추진됐다.

IBS 글로벌 협력연구센터는 세계적 연구기관과 지속적인 국제공동연구를 위해 매칭 펀드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연구센터'와 협력연구실 형태의 '글로벌 파트너랩‘으로 운영 중이다.

현재 IBS-INFN 중성미자 암흑물질 센터를 비롯해 나노의학 연구단-MPI 의학연구소(독일),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하버드대 어린이 병원(미국), 이차원 양자 헤테로구조체 연구단-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 등(영국),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폴 셰러 연구소(스위스) 등 총 5개 글로벌 협력연구센터가 운영 중이다.

IBS-INFN 센터는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없는 이중베타붕괴 연구를 위한 핵심 소재 및 검출 기술 공동 개발을 목표로 한다. IBS 예미랩의 ‘코사인(COSINE-100U)’ 연구그룹이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정제를, 그란사소 연구소의 ‘사브르(SABRE)’ 그룹은 결정 성장과 방사능 측정을 담당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저방사능 결정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탐지 감도를 높인 차세대 검출 기술을 개발하고, 중성미자 및 이중베타붕괴 실험으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단장은 “한국의 예미랩과 이탈리아의 그란사소 연구소가 힘을 합쳐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 정밀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연구인력 교류와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해 차세대 과학자를 양성하고 국제 연구 역량을 함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도영 IBS 원장은 “지하 깊은 곳에서 우주의 기원을 향해 나아가는 이번 협력은 기초과학의 본질이 경쟁이 아닌 협력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IBS가 세계 과학 무대에서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국제협력을 주도하게 되어 뜻깊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