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료 150만명 필요하다는데…” 왕진가방 들기 주저하는 의사들 

“방문진료 150만명 필요하다는데…” 왕진가방 들기 주저하는 의사들 

대한재택의료학회 추계 심포지엄 
방문진료 수가 약 13만원…“기름값·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다”
복지부 “중증도·지역 특성 고려해 보상 체계 고심”

기사승인 2025-11-02 17:43:22
방문진료 기관 ‘집으로의원’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가정을 방문해 상담 후 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김은빈 기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을 위해 의사가 직접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진료를 보는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50~150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는 10%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적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의료·요양 통합돌봄 전국 시행을 앞두고 방문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가 현실화, 행정업무 부담 해소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충형 서울봄연합의원 원장은 2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5 대한재택의료학회 추계 심포지엄’에서 “방문진료 대상자가 28만여명인데, 실제 혜택을 받은 환자 수는 2만3000여명”이라며 “10%도 채 안 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거동불편 사유로 인한 미충족 의료의 규모와 관련 요인·탐색 연구, 방문의료 대상자 추계를 위한 근거’ 보고서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방문진료가 필요한 사람은 2018년 기준 27만80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성인 인구의 0.5% 수준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방문진료가 필요한 잠재적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2024년 노인 요양시설 거주자 24만여명 △올해 3월 기준 장기요양 등급자116만8000명 △전체 장애인 261만 명 중 심한 장애인 수 96만6000명 △연간 암 사망자 9만 명 △급성기 치료 후 전환기 치료가 필요한 대상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방문진료가 필요한 잠재적 대상자는 약 50~15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방문진료를 받은 환자는 매우 적다. 2019년 12월~2024년 6월 약 5년간 동네의원(한의원 제외)의 방문진료를 받은 환자는 2만3274명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방문진료를 하겠다고 신청한 의료기관은 3만6502곳 중 987곳에 불과했고, 이 중 실제로 진료한 곳은 303곳에 그쳤다. 

이 원장은 “정부 계획에 따라 향후 5년 뒤 재택의료센터가 700개소 넘게 지정되고, 기관당 환자 70명을 등록·관리한다고 해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는 5만6000명에 불과하다”면서 “미충족 의료를 충족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대한재택의료학회가 2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5 추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방문진료 시범사업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가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7월22~31일 대한재택의료학회, 한국재택의료협회장, 대한의사협회 재택의료특별위원회 소속 의사 회원 126명을 대상으로 방문진료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7%는 방문진료 시범사업 신청은 했지만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8.6%에 불과했다. 방문진료에 참여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방문진료에 대해 잘 몰라서(22.5%)’, ‘인력이 부족해서(20%)’, ‘수가가 낮아서(18.7%)’ 등 응답이 많았다. 이외에도 ‘복잡한 행정절차(13.8%)’, ‘환자 발굴의 어려움(8.8%)’ 등도 언급됐다.

방문진료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의사 4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낮은 수가, 과중한 행정업무, 인력 부족 등이 어려움으로 꼽혔다. 방문진료는 의사가 직접 환자의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이동 접근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교통비나 기름값이 따로 지원되지 않는 탓에 먼 거리를 찾아가기엔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거리·중증도야간 가산 등을 현실화하고, 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 동행 인력에 대한 수가 신설, 지자체 매칭 예산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현장에서도 수가 현실화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원장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볼수록 품은 많이 드는데, 수가는 동일하다. 경증환자를 보는 것이 더 이득인 건강보험 체계 때문”이라며 “중증도를 고려하지 않는 경직된 수가 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문진료 전담 기관인 성남시 ‘집으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주형 대표원장도 “현행 수가로는 간호사 인건비, 왕복 기름값, 장비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털어놨다. 방문 진료 수가는 약 13만여원에 불과하다. 또한 김 원장은 “외래진료를 멈추고 환자 자택으로 나서는 순간, 그 기회비용은 수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면서 “의사들은 주차, 장비 운반, 행정 부담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겪는다. 재택의료센터를 통해 공동활용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밖에 의료와 복지 영역 간 소통 단절, 정보 공유 체계 미비, 행정 부담, 다학제 연계 주체(케어 매니저) 부재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내년 3월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보상, 인력 투입 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수가체계의 경우, 방문진료 건수별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증도에 따라 투입되는 노력이 다르고, 지방에서는 환자 수가 비교적 적게 분포돼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행위별 수가에선 고려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면서 “중증도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큰 틀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