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희귀의약품을 신속 도입해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위해식품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디카페인 커피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일상 속 국민 불편도 해소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일 서울 동작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식의약 안심 50대 과제 대국민 보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과제는 국민과 함께 식의약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청취해 선정됐다. 국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취약계층 지원, AI·바이오 기반의 신기술을 적용한 신산업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고자 마련됐다.
50대 과제 가운데 7개 대표 과제에는 ‘신속한 희귀의약품 도입’이 포함됐다. 국내 수요가 적은 희귀의약품은 지원 방안이 제한적이라 희귀질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간 대체의약품보다 안전성·유효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는데, 이 과정을 생략할 방침이다. 실제 미국, 스위스, 대만 등 해외 주요 국가들도 대체치료제와의 비교우위를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수요가 적어 국내에 유통되지 않고 있는 ‘자가치료용 희귀의약품’도 신속 공급할 예정이다. 자가치료용 의약품은 환자가 본인의 치료를 위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수입을 요청하는 의약품이다. 환자가 요청한 뒤 수입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연간 10품목 이상을 긴급도입 의약품으로 전환해 적정 재고를 비축하고 공급할 방침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앞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회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자가치료용 희귀의약품은 앞으로 센터 예산을 확보해 3~4개월치의 재고를 비축해 환자들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지정 약국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환자들이 전액 부담하던 통관 비용도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항암제 치료 기회도 확대한다. 항암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현재 항암제 임상시험은 치료 대안이 없는 말기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해 초기 치료 단계의 암 환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표준치료법이 있는 초기 치료 단계의 암 환자도 항암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암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확대하고, 난치성 암 질환 치료제 개발도 지원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함께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 정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건강기능식품 섭취 시 의약품을 병용섭취해도 되는지 몰라 불안에 떨지 않도록 건강기능식품 포장에 QR코드를 넣는다. QR코드를 찍으면,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항생제와 함께 섭취 시 효과가 감소할 수 있고, 섭취 간격을 2시간 이상 둬야 한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식품과 관련해서는 위해식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안내할 예정이다. 그간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위해식품 회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수신 시간이 다소 지연되는 등 소비자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카카오톡 등 SNS 알림 서비스인 ‘국민비서(구삐)’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알려 국민이 위해식품을 구입하거나 섭취하지 않도록 신속히 차단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식육 이물 신속 안전관리를 추진한다. 현재는 식육 속의 이물을 검출하기 위해 금속검출기, X-ray 기기 등 장비를 이용하고 있으나, 주삿바늘과 같이 얇고 작은 이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나와 정밀한 이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앞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식육 포장처리 과정에서 이물 검출률과 정확도를 높인 ‘식육 AI 이물검출기’를 개발해 소비자의 안전한 식육 소비 환경을 조성하고 영업자의 폐기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디카페인 커피의 명확한 기준도 마련한다. 현재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제거한 커피는 ‘탈카페인(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는데, 커피 원두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달라 카페인 잔류량이 천차만별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카페인 제거 후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커피 원두를 사용한 커피만 ‘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개선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과 조화를 이룰 방침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혁신제품 사전상담 핫라인을 가동해 원스톱 규제 사전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새로운 제품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개발자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혁신제품 사전상담 핫라인(1551-3655)을 구축·가동해 원스톱 정보제공이나 제품별 맞춤형 규제 상담을 지원한다. 또 융복합의료제품 개발 초기상담 표준처리 매뉴얼, 소규모기업 대상 제품화 가이드 등 대상별 맞춤형 제품화 가이드를 마련·배포해 개발자 수준에 맞는 눈높이 정보를 제공하고 신속한 제품화와 시장 진입을 도울 계획이다.
7개 대표 과제와 함께 43개 일반과제도 추진한다. 식품분야는 △‘AI 식중독 원인 조사관’ 시스템 개발 △집단급식소까지 위생등급 지정 확대 △편의점 등 ‘어린이 건강 식생활 코너’ 운영 △희귀질환 어린이 식사 관리 지원 △마른 김 등 단순처리 농수산물 자율점검 시범사업 등 21개다.
의료제품분야는 △신종 마약류의 신속한 임시 마약류 지정 △고형제로 개발된 미백·주름개선 기능성화장품 심사 자료 간소화 등 신속 출시 지원 △희귀·난치질환에 필요한 의료기기 수입절차 간소화 및 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지정 △의료기기 허가사항 중 안전성·유효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 변경 시에만 사전 허가 △바이오의약품 동물대체시험법 6종 추가 개발·보급 등 22개가 있다.
오유경 처장은 “국민과 함께 만든 ‘식의약 안심 50대 과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 국민이 일상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법령 정비, 행정조치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식약처는 국민 안전과 국내 식의약 산업 성장을 이끄는 한편 국제기준을 선도하는 선진 식의약 정책을 지속 발굴·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