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요동치는 해상에서 불길 정밀 진화'… 기계연, 'AI 함정 소화체계' 개발

[쿠키과학] '요동치는 해상에서 불길 정밀 진화'… 기계연, 'AI 함정 소화체계' 개발

화재감지 정확도 98%, 24m 원거리 분사, LST-II급 함정 실증 완료
전투함·해양플랜트·민간선박 적용, 해상화재 대응력 강화 기대

기사승인 2025-11-06 14:19:06
함정 유류화재 초동 진압용 소화체계 화재시험 설비.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이 악천후 해상에서 흔들리는 함정의 화재를 정밀 진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계연 가상공학플랫폼연구본부 AX융합연구센터 이혁 선임연구원팀은 함정 유류화재에 특화된 자율형 초동진압 소화체계를 개발, 실제 함정에서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6일 밝혔다.

이 기술은 함정의 유류화재에 특화돼 인공지능(AI)이 화재여부를 탐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화원을 집중 진화할 수 있다.

특히 기관실, 격납고, 갑판 등에서 발생하는 장비 또는 함재기 누유로 인한 화재를 자율적으로 탐지하고 파도와 선체 운동에 따른 조건에도 소화수를 실시간 정밀 제어해 불길에 정확히 진압할 수 있는게 핵심이다.

기존 함정용 소화설비는 화재감지 시 해당구역 전체에 소화제를 방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요동치는 해상 환경에서 화원을 정밀하게 진화하는 것이 어렵고, 허위경보 시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한다.

연구팀에서 개발한 기술은 인공지능 기반 정밀 화재탐지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한 해상조건 대응기술을 결합해 이 같은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했다.

소화체계는 화재탐지센서, 소화모니터, 인공지능 기반 화재 진위판단 및 위치추정 기능을 갖춘 분석 및 제어장치로 구성된다. 이 시스템은 화재감지 정확도 98% 이상을 유지하며, ‘해상상태 3’에서도 안정적인 소화수 분사 거리가 24m에 달한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에 실제 함정과 동일하게 격실 색깔과 조도를 구현한 모사설비에서 다양한 유류화재 조건, 화재로 오인될 수 있는 비화재 상황을 재현해 AI 시스템의 사전 학습과 정확도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개활지 유류화재와 함재기 누유로 발생할 수 있는 차폐 화재 진압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실제 함정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유류화재에 대응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개활 화재(상)와 차폐 화재(하) 상황에서 복합센서를 통한 화재 발생 감지 후, 소화모니터가 화원에 정확히 조준하여 폼을 분사해 신속하게 진압하는 모습. 함정 격실을 모사한 25m×5m×5m 규모의 실증설비에서 최대 4.5㎡(개활)와 3.0㎡(차폐) 크기의 유류화재 진압 시험 수행. 한국기계연구원

연구팀은 LST-II급 강습상륙함에서 실제 함정 운용 시험을 실시, 1m 파고의 해상 환경에서 18m 떨어진 가상 화원에 소화수를 정확히 조준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6자유도 가속도 정보만을 활용해 파도와 선체 운동을 실시간 반영해 조준각도를 재계산하는 강화학습 기반 알고리즘을 사전에 개발해 적용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는 육상 모사설비에서 실제 함정 환경까지 단계별 검증을 완료한 세계 최초 기술”이라며 “함정에서 가장 위험한 유류화재를 개활지와 차폐 상황 모두에서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승조원의 안전과 함정의 전투력 보존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은 각종 함정은 물론 탄약고, 군수창고, 항공기격납고, 해양플랜트 등에 적용 가능하고, 향후 민간 선박과 석유화학시설 등으로 확대해 해상 및 산업현장의 화재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혁 선임연구원(오른쪽). 한국기계연구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