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뒤,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다. 여권은 “방탄용 결정”이라 몰아붙이고, 일부 검사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단순한 정치 공방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이번 결정에는 법의 본령을 회복하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신중하게 잘 판단하라”는 짧은 말 한마디, 그러나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권력자가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고 판단을 맡긴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소극적 태도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의 선택은 다르다. 그는 법무 행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절제를 택했다. 정치적 소음 속에서도 법의 균형과 검찰 조직의 자율성을 지키는 길을 고민한 흔적이 분명하다.
항소 포기 결정은 단순히 수사팀의 판단을 따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검찰권이 정치적 셈법이 아닌 법리적 판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다. 승소 가능성이 낮은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오히려 법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 그리고 법무부가 정치적 개입 없이 행정적 정당성을 회복하려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검찰은 이제 ‘정치의 심판자’가 아닌, ‘법의 집행자’로 돌아가야 한다.
정 장관의 리더십은 보여주기식 선언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하지 않는 리더십’을 선택했다. 권한을 행사하되 권력의 도구로 삼지 않고, 검찰을 통제하되 통제마저 절제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법무 행정이 지금 필요로 하는 균형감이다.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법의 원칙을 우선하는 태도, 바로 그 신중함이 오늘의 리더십이다.
검찰 내부의 반발 역시 생각할 지점이다. 자율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독립이 곧 책임 회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민 앞에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를 정치적 개입으로만 규정하는 시선은 오히려 검찰권의 독점적 위치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독립은 ‘권력의 분리’이지, 권한 남용의 면죄부가 아니다.
이번 결정에서 정 장관이 보여준 것은 ‘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복원의 언어’다. 검찰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동시에 정치가 검찰을 도구화하지 않도록 균형을 세운 것이다. 법무 행정의 품격은 목소리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침묵과 절제, 법의 문법을 지키는 태도에서 완성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명분이 아니라, 더 깊은 신중함이다. 권력을 휘두르지 않음으로써 권력을 제어하고, 법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제한하는 리더십. 정성호 장관이 보여준 이 ‘권력의 절제’는 단순한 행정 결정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법의 품격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기준이 된다.
글. 최강익 (사)기본사회전북본부 공동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