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세계 최초 '지중 100m 음성통신'… ETRI, 저주파 자기장 기반 땅속 무선통신기술 개발

[쿠키과학] 세계 최초 '지중 100m 음성통신'… ETRI, 저주파 자기장 기반 땅속 무선통신기술 개발

15㎑ 저주파 자기장으로 기존 무선이 닿지 않는 구간 연결
붕괴현장 구조, 지하시설 관리, 군작전 등 극한환경 통신 활용

기사승인 2025-11-13 15:39:34
자기장 기반 지중 무선통신 실증 사이트.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중 100m 거리에서 음성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자기장 지중 통신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땅속 무선통신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기존 무선이 닿지 않던 지하 공간에서 음성 송수신이 가능함을 확인한 것으로, 향후 구조, 군사작전, 지하공동구 관리 등에 적용이 기대된다.

특히 연구진은 지중 통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석회암 암반 환경에서 실험에 성공해 재난구조 및 군작전 등 지하공간 통신기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지하 광산은 신호 감쇠가 매우 심해 기존 무선통신기술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ETRI는 지중 매질에서 자기장이 안정적으로 전달되는 특성에 주목해 저주파 자기장 기반 통신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직경 1m의 송신 안테나와 수 ㎝급 소형 자기장 수신센서, 약 15㎑ 주파수, 음성통신이 가능한 2~4kbps 데이터 통신을 구현했다. 15㎑는 일반 무선통신에서 주로 활용하는 ㎒나 ㎓급이 아닌 대역폭이 아주 작은 저주파 대역이다.

이를 지상 광산입구와 지하 5단 사이, 직선거리 100m 구간에서 양방향 통신에 성공하며, 기존 수십 m급 해외 연구를 뛰어넘었다.

자기장 기반 지중 무선통신 시스템 구성도. ETRI


이번 연구성과는 광산 붕괴사고 등 지하 재난상황에서 매몰자와 구조팀 간 통신이 가능해지고, 지하공동구, 가스관, 송유관 등 지하매설 기반시설의 재난 대응, 지하벙커 환경에서 군 작전 통신연속성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ETRI는 향후 스마트폰 등 개인 단말과 연계한 기술 확장을 추진하고, 지상·지중을 연결하는 통신 중계(AP)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인귀 ETRI 전파원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생활 무전기도 닿지 않는 지하에서 통신에 성공한 만큼 광산 사고 시 구조 활동의 통신 단절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근 ETRI 전파연구본부장은 “광산뿐 아니라 터널, 지하시설, 해양굴착, 국방 등 극한 환경에 필요한 혁신 기술”이라며 “신뢰성 높은 통신수단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송수신기·안테나·저주파 모뎀·대역폭 확장 관련 핵심 요소의 국내외 특허출원을 완료했고, SCI 논문 12편과 국제학술대회 발표 2건, 국제 특허 8건 및 기술이전 등을 완료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IEEE IoT Journal’에 게재됐다.

(왼쪽부터)김장열 박사, 이현준 박사, 조인귀 박사. ETRI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