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열나도 약이 없다”…소아 해열제 품귀 한 달

“아이 열나도 약이 없다”…소아 해열제 품귀 한 달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 약 1개월째 품절
“예측 넘어선 수요에 공급부족 일어난 모양새”

기사승인 2025-11-14 06:00:10
약국가를 중심으로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 품절 현상이 심각하다는 말이 전해졌다. 이찬종 기자

독감과 감기 유행으로 호흡기 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용 해열진통제의 품절 상태가 약 한 달째 이어지면서 의약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월25일까지 집계된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작년 대비 3배 이상 많았다. 특히 7~12세와 1~6세 환자 비중이 높았다. 독감과 감기 유행이 겹치면서 약국의 해열진통제 판매량도 증가했다. 약국 통계사이트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10월19일부터 해열진통제 매출은 약 3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호흡기 질질환의 증가 속에서 소아용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이 품절되면서 소아 환자에게 사용할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선 약국과 의약품 유통업체에 따르면 시럽 형태의 해열진통제 공급이 한 달 이상 중단된 상태다.

서울지역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성인용 감기약은 있지만 소아용 제품은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다음 주 유통업체 간 회의를 통해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도 “소아용 해열진통제 재고 확보가 안 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며 “언제 입고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소아용 해열진통제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소아과에서는 환자를 위해 해열진통제를 가루약으로 처방하는 사례도 나왔다. 약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보다 소아 환자의 복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했다.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은 쓴맛을 줄이고 한 포씩 소분돼 복용이 쉽지만, 가루약은 약국에서 알약을 갈아 조제하는 방식이라 아이들이 먹기 힘들어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지역 한 약사는 “시럽 형태로 나오는 해열진통제는 한 포 단위로 있기 때문에 아이가 열날 때 먹이기 쉽다”며 “설탕도 들어있기 때문에 소아들의 거부감도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가루약은 쓴 맛이 강해서 먹이기 어려운 편”이라며 “가루약은 조제도 오래 걸려서 환자들의 약국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성인용 해열진통제는 충분하지만 소아용 제품만 부족한 이유에 대해, 제약사의 예측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발생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소아 인구 감소에 따라 제약사들이 생산량을 전반적으로 줄였지만, 지난해보다 환자가 3배 이상 늘면서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약사는 “전반적으로 소아용 감기약 공급량이 과거보다 줄고 있다는 말이 약국가에 돌았다”며 “소아 인구 감소에 맞춘 변화가 환자 수 급증이라는 돌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아용 의약품 공급량은 국가 차원에서 일정량을 유지하도록 하지 않는 이상 단가가 맞지 않아 부족 사태가 일어나기 쉽다”며 “정책적 관리 방안이 없으면, 아이가 아파도 쓸 약이 부족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