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만율 ‘경고등’…편의점·치킨집부터 확 바꾼다

청소년 비만율 ‘경고등’…편의점·치킨집부터 확 바꾼다

초·중·고생 6명 중 1명은 비만…고당분·고열량 식습관 원인
식약처, 편의점 건강먹거리 코너 확대·치킨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이영은 교수 “행동 변화 유도해 비만율 감소에도 긍정적 영향 미칠 것”

기사승인 2025-11-15 06:00:0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청소년 비만율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팔을 걷었다.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과 치킨집을 중심으로 식생활 개선 정책을 펼 계획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식생활 습관을 유도하고 비만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 의료서비스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아동·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8.3%, 학생 16.7%로 나타났다. 초·중·고등학생 6명 중 1명은 비만을 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만한 학생의 절반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1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사증후군 위험 요인을 1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비만 학생은 50.5%로 확인됐다. 비만 학생의 비만 학생의 16.4%는 고혈압 전 단계, 6.5%는 고혈압으로 의심됐다. 당뇨병 전 단계로 추정되는 비만 학생은 20.2%에 달했고, 당뇨병은 1.1%로 의심됐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비만을 앓을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청소년 비만율.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늘어난 데에는 고당분·고열량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제로 칼로리’나 ‘저당 식품’ 열풍이 불며 경각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청소년의 당류 섭취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3회 이상 단맛 음료를 섭취하는 비율은 64.4%에 달했다. 

소아·청소년 식습관 관리의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우선 내년 12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 판매업소 지정 기준을 손질하기로 했다. 

그간 학교 주변에 위치한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소만 지정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 주변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업소 3만5091개소 가운데 지정 받은 업소는 3.9%(1377개소)에 불과해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에 정부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주변에 한정되지 않고, 어디서나 건강한 식품을 구분해 진열하는 업소도 지정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건강한 식품을 구분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의 식습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가 지난 2022~2024년 편의점 내 건강먹거리 코너를 시범 운영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 매장의 경우 참여하지 않은 매장보다 구분해 진열·판매한 건강한 식품의 판매량이 50%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2023년 청소년 특별위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건강 먹거리 코너 시범사업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진행한 ‘볼티모어 건강 상점(Baltimore Healthy Stores) 프로젝트’에 따르면, 건강한 식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건강식품 코너를 마련하고 판매하도록 하자, 건강식품의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에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 사례처럼 구매 환경에서 건강 식생활 코너가 있다면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접근성이 용이한 곳에 건강한 음식을 구분해 진열한다면 소아·청소년 비만율 감소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편의점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될 수 있다”이라며 “편의점은 건강에 안 좋은 음식만 파는 곳이라는 편견 보다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판매해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이미지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청소년이 선호하는 고열량 외식 메뉴인 치킨에 대한 영양성분 표시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햄버거·피자와 달리 치킨은 어린이기호식품에 속하지 않아 영양성분 표시를 업체 자율에 맡겨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치킨은 성인보다 어린이가 3.2배 섭취량이 많음에도 어린이 기호식품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서 “비만율 증가, 치킨 소비 규모 등 어린이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표시 확대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12월 의무화 시행 전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치킨업체 중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영양성분을 표시할 수 있도록 영양성분 분석, 표시 방법 안내, 업체 홍보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현재 약 19개 치킨 프랜차이즈가 홈페이지나 배달 주문 어플리케이션에서 치킨메뉴에 대해 영양성분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건강과 영양성분을 생각하며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청소년의 건강하고 균형 잡힌 성장과 발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