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 독감 백신 있나요?”
17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올해 병원에 이같은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서울의 한 내과 의원 관계자는 “올해 국가예방접종 사용 백신이 3가로 전환되면서, 4가 백신은 확보하지 않았다”면서 “종종 ‘4가 백신이 더 좋은데, 왜 3가만 있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비인후과 의원은 문 앞에 “WHO(세계보건기구)가 3가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붙였다. 안내문에는 “3가 백신이 4가 백신과 유사한 예방 효과를 가진다고 평가됐으니 안심하고 접종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만의닥터’ 등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4가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볼 수 있는 카테고리도 마련돼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선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이 감지된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가예방접종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4가에서 3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의 가장 큰 차이는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개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뉘며, 3가 백신은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을 방어할 수 있다.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1종(야마가타)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가예방접종백신이 4가에서 3가로 전환된 것은 WHO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장기간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야마가타 바이러스를 제외한 3가 백신 전환을 권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9년 7월 이후, 국외에서는 2020년 3월 이후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은 효과성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질병관리청은 “4가 백신과 3가 백신의 면역원성 결과, A형 및 B형에 대해 유사한 효능을 보였다”며 “4가 백신과 3가 백신의 국소 및 전신적 이상 반응에 대해서도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부터 3가 백신으로 전환했고, 한국을 비롯한 일본·대만·영국은 올해부터 전환했다.
하지만 효과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3가보다 약 1만원 더 비싼 ‘4가 백신 선호 현상’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13세 아이를 둔 김모씨(44)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4가 백신이 3가 백신보다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더 많다면서 4가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는 병원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면서 “4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원이 집에서 멀어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주변에서 4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병원의 정보를 묻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전문가는 4가 백신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본지에 “굳이 4가 백신을 찾아서 맞을 이유가 없다. 4가지 바이러스를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WHO의) 결정에 따라 3가 백신으로 제조가 권고된 것”이라며 “국가에서 백신 비용을 아끼려고 3가 백신을 국가접종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의 의원급 인플루엔자 환자 표본 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5주차(11월2~8일) 전국 300개 표본 감시 의원을 찾은 독감 증상 환자는 외래 환자 1000명당 50.7명으로 전주 대비 122.4% 급증했다. 독감 증상 환자는 38℃ 이상 발열과 함께 기침‧인후통 등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뜻한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예년 대비 11월 초 유행 상황을 보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발생 현황”이라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은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접종 후 2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늦어도 다음주까지 접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정부는 생후 6개월부터 13세까지, 임신부,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