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주력 K1 전차 성능개량 예산 전액 누락…창원 중소 협력사 "연쇄 경영난 현실화 우려"
K1E1 성능 개량 사업 참여 업체 중 10곳 중 4곳 도내 업체
사업 좌초 시 중소 협력사 최대 1조원 피해 전망
기사승인 2025-11-24 09:32:36 업데이트 2025-11-24 09:38:22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우리 군의 주력 전차인 K1E1 성능 개량 사업비가 전액 제외되면서 경남 창원 지역 중소 방산 협력업체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군 전차 전력의 58%를 차지하는 K1E1이 ‘재래식 무기체계’로 분류돼 첨단 전력 우선 기조 속에서 사실상 배제되자 지역 업체들은 "사업 좌초 시 최대 1조원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현대로템중소협력업체협의회 소속 35개 업체는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방위사업청 등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협의회는 "30년 넘게 우리 군 전차전력의 중심을 지켜온 K1E1 성능개량이 중단되면 국내 전차 생산·정비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며 예산 복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당초 K1E1 성능개량·창정비 사업은 총 1조2000억원 규모로 10년에 걸쳐 전차 조준경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냉방장치·양압장치·보조전원장치 등을 탑재해 노후 전차의 운용 한계를 개선하는 계획이었다.
육군은 K2 전차로 완전 교체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K1E1 개량이 ‘전력공백 방지의 핵심’이라고 판단해 왔다. 전차 전력 전환 기간 동안 실질적인 전투 준비태세(Fight Tonight)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 군 전차 전력은 북한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노후 전차의 전투력 유지가 안보상 핵심 과제로 꼽힌다. 특히 K1E1은 전체 전차의 58%를 차지하지만 조준경·사격통제장치 등 주요 구성품의 노후가 빠르게 진행돼 성능개량이 늦어질수록 가동률·정비비 증가 문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인공지능(AI) 전력, 무인체계, 정밀타격시스템 등 첨단 무기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는 명분 아래 K1E1 관련 예산이 전액 제외됐다. 방산업계는 이를 두고 "재래식 무기체계라는 이유로 육군의 핵심 기반 전력이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협력업체 피해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로템의 1차 중소 협력사는 117개에 이르고 이 중 40%인 47개 업체가 경남 지역에 몰려 있다. 상당수 기업은 매출의 대부분을 전차 부품 납품에 의존해 온 구조다. 창원 소재 전장품 업체 에이엠에스는 성능개량 사업을 대비해 약 1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생산설비를 도입했고 관련 부품 30억원어치를 선발주한 상태다. 그러나 사업이 무산될 경우 매출의 25%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K1E1 개량·창정비 사업에서만 연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해 관련 중소업체의 생존 기반이었다"며 "정부가 단기간 기조 변화로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면서 수천 개 일자리와 3만여 명 이상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2차·3차 협력사로 피해가 확산될 경우다. 전차 한 대에는 약 5000개의 부품과 10만 개의 수리부속이 사용돼 공급망이 매우 광범위하다. 방산업계는 "1차 협력사만 100여 개 규모인데 2·3차까지 포함하면 1000곳 이상이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전차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부의 ‘K-방산 수출 확대’ 기조와도 상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K1E1 성능개량이 이뤄질 경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중고 전차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사업이 중단되면 시장 진입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방위산업 4대 강국 도약 구상과 T·O·P(Together·On speed·Performance) 전략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과 지상전력 기반 강화 역시 포함하고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상 무기체계는 수출 효자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중소 협력사들이 무너진다면 장기적 경쟁력도 사라진다"며 "정부가 K1E1 성능개량 사업이 계획대로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