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일제 강점기 문경 출신인 시골 청년 박열이 투옥 중 외친 시다.
26일 박열의사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박열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1919년 일본의 심장부로 건너가 아나키스트 단체 ‘흑도회’를 결성한 후 펜과 시를 통해 저항에 나섰다.
그러던 중 관동대지진이 발생한 1923년 조선인을 향한 괴소문이 퍼지며 6000여 명의 무고한 형제가 학살당하는 반인륜적인 행위가 스스럼 없이 자행된다.
비난이 일자 일본 제국은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박열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구속시킨다.
이 과정에서 박열의사가 죽음을 무릅쓰고 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가 일본 제국을 뒤흔들었다.
이와 같은 박열의사의 독립운동에 대한 활약상을 재조명하는 토크콘서트가 지난 25일 박열의사기념관 로비에서 펼쳐져 주목받았다.
‘광야에 이는 새 봄의 기운’을 주제로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콘서트에는 문경 시민과 문학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패널로는 국립경국대학교 사학과 강윤정 교수와 국민문화연구소 김창덕 회장, 예문관 박성진 대표가 나섰다.
특히 이날 토크콘서트에 일본에서 온 사회운동가 나카다니 유미코씨와 와타나베 야쓰코씨가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3박 4일 일정으로 박열의사와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삶의 흔적을 현장 답사하기 위해 국민문화연구소 (회장 김창덕) 초청으로 내한했다.
‘저항의 불꽃과 자유의 언어’를 부제로 열린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패널들은 박열의사의 삶과 사상에 얽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깊이 있게 풀어내 관람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시에 나타난 언어적 저항의 의미를 재해석해 “박열의사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 밖에 박열과 관련한 인상적인 일화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만남, 재판정에서 박열의사가 남긴 발언 등을 소개하며 박열의사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콘서트 중간에는 다채로운 공연도 펼쳐졌다.
식전행사로 문경새재아리랑과 다듬이공연이 펼쳐졌으며, 중간 공연으로 예술집단 단비의 ‘광야에 이는 새 봄의 기운’ 무대와 강상률 시인의 ‘문경하늘에 별이 되어’ 시낭송으로 토크콘서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박열의사기념사업회 서원 이사장은 “이번 토크콘서트를 통해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선열들의 뜨거운 희생과 숨결 위에서 가능했음을 다시금 느꼈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품격 있는 토크콘서트를 박열의사기념관에서 개최해 주신 한국정신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가네코 후미코 여사 서거 100주년 토크콘서트 개최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