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약국이 없는 일부 공항에서도 안전상비약을 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해열진통제, 소화제 등 안전상비약을 안내데스크에 구비해 요청 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토교통부는 본지에 “한국공항공사에서 약국 없는 공항에 상비약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급적 구비를 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공사에서 준비를 끝내면 국토부에서도 보건복지부와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약국이 없는 공항은 전국 15곳 중 10곳에 달한다. △대구 △울산 △무안 △광주 △여수 △포항 △양양 △사천 △군산 △원주 공항에는 입점한 약국이 없다. 아이가 체하거나 열이 오르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즉시 대처가 어렵다 보니 “아이가 배탈이 났는데, 공항에 약국이 없어 힘들었다”는 민원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상비약을 안내데스크에 비치해 요청 시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안전상비약은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약은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4개 효능군, 13종이다.
다만 공항에서 안전상비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이나 고시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의약품은 약사법 제44조에 따라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자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특수장소에서의 의약품 취급에 관한 지정고시’에 공항을 포함하면 안전상비약 취급이 가능하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우선 공항을 특수장소로 지정하는 고시 개정을 요청하려 한다”고 전했다.
고시 개정이 필요한 만큼, 상비약 도입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약외품은 현재도 안내데스크에 요청 시 제공 받을 수 있다. 쿠키뉴스가 국토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공항에서 의약외품은 지난 8월부터 총 7건 제공됐다. 상처지혈용으로 밴드, 소독약, 상처연고, 압박붕대, 거즈 등을 지원했다. 의약외품은 의약품에 비하면 효과가 경미해, 상비약 수준의 의약품 제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언제부터 (상비약을 도입)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면서도 “의약외품 제공 예산이 현재 연 3000~4000만원으로 편성돼 있어 의약품 도입 시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 취급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이 뒤따르는 일인 만큼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방공항에서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가 이같은 후속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앞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27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의 자문을 받더라도 우선 해열제와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정도는 공항에 갖춰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 의원은 본지에 “공항은 24시간 운영되며 수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국내 공항 중 약국이 단 한 곳도 없는 곳이 10곳에 달한다”면서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믿고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공항 내 안전상비약 비치를 통한 의약품 접근성 개선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