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약 ‘콜린’ 재평가 적절성 우려…“단일 임상으론 약효 판단 어려워”

치매예방약 ‘콜린’ 재평가 적절성 우려…“단일 임상으론 약효 판단 어려워”

식약처,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 진행
복합적 원인 얽힌 치매·경도인지장애, ‘단일 임상’으론 한계 뚜렷 
의료계 “장기 코호트 연구·리얼월드데이터 함께 고려해야”

기사승인 2025-12-16 06: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 현재 평가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치매·경도인지장애(MCI)처럼 원인이 복잡하고 진행 속도가 느린 질환을 단 한 번의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국제학회와 국내 주요 병원에서 콜린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재조명하는 연구 결과들응 발표하고 있다. 이에 ‘단일 임상’ 중심의 평가 체계를 ‘다층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6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치매 예방·인지기능 향상에 주로 처방되는 약제인 ‘콜린 제제’에 대해 임상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재평가 기간 콜린 제제를 판매한 금액의 20%를 건강보험공단에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임상재평가에 대해 약효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처럼 복합적이고 진행 속도가 느린 질환에서는 단일 임상평가만으로 약효를 결론 내리는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실제 환자는 알츠하이머 병리 외에도 혈관성 변화, 염증, 대사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혼합형’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엄격한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는 통제된 임상시험 결과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실제 진료 현장의 반응을 온전히 대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상에서 혈관 손상이 심해 보여도 기능은 의외로 정상이거나, 반대로 영상은 양호하지만 기능이 더 떨어진 환자도 있다”며 “임상시험에서 선별된 환자군과 실제 환자군의 특성이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평가도구의 한계도 문제다. 현재 사용되는 인지 기능 검사들은 수개월 사이의 미세한 변화를 잡아내기엔 민감도가 떨어진다. 검사는 기억력, 언어 능력, 지남력(시간·장소 인식),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을 평가하는데, 보호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검사 당일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임상시험 기간의 제약도 뒤따른다. 치매는 장기 추적이 필수지만, 고령 환자의 특성상 중도탈락률이 높아 대부분 임상이 18개월 내외에서 종료된다.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약효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콜린 제제의 임상적 효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실제 환자의 경과를 반영하는 장기 코호트 연구, 리얼월드데이터(RWD),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경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세계신경과학회(WCN 2025)에서 발표된 이탈리아 카메리노대 프란체스코 아멘타 교수 연구는 콜린 제제 투여군이 해마·편도체·대뇌피질에서 위축 속도가 위약군보다 낮았으며,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도 더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아멘타 교수는 “콜린이 초기 단계에서 뇌 구조의 약화를 늦추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데이터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2022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서는 콜린 제제 복용 후 인지기능 저하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양상을 확인했다. 또 올해 1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콜린 제제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의 전환 위험을 약 10%,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을 약 17%로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치매는 단일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질환이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임상시험으로 약의 가치를 흑백처럼 가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 확인된 콜린 제제의 뇌 위축 억제·인지 보호 효과는 바로 이런 다층적 평가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