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청년 가구분리’ 본사업 전환 준비…관건은 진입 장벽 낮추기 [세대분리법을 부탁해④]

복지부, ‘청년 가구분리’ 본사업 전환 준비…관건은 진입 장벽 낮추기 [세대분리법을 부탁해④]

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 가구분리 모의적용 시범사업
가족단절 입증·신청주의 한계 지적
전문가들 “선 보호·후 검증으로 전환해야”

기사승인 2025-12-31 06:05:04
세대분리를 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만 30세 청년은 중위소득 50% 이상을 벌면 독립가구로 인정된다. 이 기준이 부정수급·대학 입시·장학금 등에 악용되자, 정부는 세대분리 심사 시 소득만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시범사업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까다로운 사회보장 절차에 가로막힌 위기 청년 보호는 강화되고, 제도 접근성이 높은 이들의 편법 이용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 10월부터 시행 중인 청년 가구분리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준비에 착수했다. 가족관계 단절 입증 방식과 낮은 접근성 등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얼마나 잘 보완하는지가 관건이다.

31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 가구분리 모의적용 시범사업’을 토대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등 본사업 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사업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지자체 담당자 재량에 따라 세대분리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과 취약계층 청년의 제도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부터 4개 지역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 가구분리 모의적용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모와 따로 사는 19~29세 미혼 청년을 조건에 따라 부모와 분리된 가구로 인정해 수급권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만 30세 미만 청년이 부모와 따로 살아도 결혼, 일정 소득(올해 기준 95만6805원) 등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독립 가구로 분리할 수 없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보완하는 취지다. 기존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 가구 청년과 부모와 단절로 어려움에 처한 비수급 가구 청년들이 세대분리를 통해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시범사업은 내년 2월 종료된다.

남은 과제는 ‘가족관계 단절’ 입증, 그리고 진입 장벽 낮추기

복지부가 밝힌 것처럼 가족관계 단절 입증이 어려운 점은 본사업 전환 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이번 시범사업에선 청년단체 의뢰서 등을 도입해 가족관계 단절 입증 지침을 보완하고자 했다. 하지만 매뉴얼을 도입해도 정확히 어디까지를 단절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로부터 정기적인 생활비는 받지 않지만, 1년에 한두 차례 안부 연락을 받는 사례가 있다면, 이걸 ‘단절’로 봐야 할지 모호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족관계 단절은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공무원 입장에선 감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모호한 기준 때문에 고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유재은 청년연구단체 스페셜스페이스 대표는 “청년단체 의뢰서 역시 담당 공무원 재량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에 입증 방법만 늘어난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단절을 입증하는 구조가 아닌 위기 상태 정도를 파악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담당 공무원이 청년의 가족관계 단절을 서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위기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서류 중심이 아닌 실질적 단절 상황을 반영하는 유연한 입증 체계로의 발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면서 “개인의 실질적 필요에 응답하는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독립 여부를 판가름하려면 생계 공유 지표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예컨대 생활비, 월세 및 관리비, 학비, 보험료 등을 지원해주는가 등을 확인해 정기적인 지원이 아닌 경우에는 독립으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사업으로 전환해도 위기 청년이 세대분리 제도를 잘 모르거나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고립되거나 가정과 단절된 청년일수록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서류를 준비해 증빙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해도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직접 세대분리를 신청하는 시스템에서 먼저 위기 청년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입법조사관은 “입증 책임을 민간과 청년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선제적으로 위기 청년을 발굴하는 책임 있는 행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수급, 입시 혜택 등 세대분리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실제 사례도 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 학생이 세대분리법의 허점을 이용해 저소득층이 아닌데도 대학 입시에서 사회배려자 전형에 지원했다는 신고가 지난 6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대분리 소득 기준을 충족한 일부 N수생들이 부모와 주소지를 달리해 수급 자격을 취득한 뒤 입시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복지부는 세대분리 신청을 처리할 때 지금처럼 소득 기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이번 시범사업에 포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시, 장학금, 취업 등에 세대분리 제도를 이용한 사례가 종종 신고된다”면서 “국민신문고 신고 사례를 확인했으나, 현재 제도가 소득 기준만 맞추면 세대분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따로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만 맞춘다고 세대분리를 할 수 없도록, 부모로부터 사적 이전소득을 받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난 10월 ‘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 가구분리 모의적용 시범사업’ 시행 결과, 가족관계 단절 입증의 어려움과 낮은 접근성이 주요 보완 과제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본사업 전환 시 연령·소득 중심의 현행 기준을 ‘실질 생계 단위’로 바꾸고, 위기 청년을 먼저 구제하는 ‘선 보호  후 검증’ 체계를 도입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래픽=윤기만, 한지영 디자이너


성인 된 청년은 독립된 인격체…“검증보다 보호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세대분리를 원하는 청년들을 별도 가구로 인정하는 원칙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번 시범사업은 인권위 권고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현 시범사업은 가정 해체, 위기 상황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청년 독립을 인정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19세 이상 성인이 된 청년을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닌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기본 원칙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본사업에선 청년세대를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고, 자립할 수 있는 출발선을 만들어주길 기대했다. 유 대표는 “본 사업 전환을 통해 ‘부모와 실질적으로 생계를 공유하지 않는 청년은 독립 가구로 인정한다’는 인식 변화가 이뤄져 사각지대를 보호하는 국가 개입의 역할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입법조사관은 “가구 중심의 복지 패러다임을 개인 단위로 전환해, 가족 지원을 받지 못하는 모든 청년이 국가의 안전망 안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세대분리 기준이 다른 복지 시스템과 달리 부정수급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많은 문제를 낳는 원인으로 꼽힌다. 가령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등 다른 사회보장 제도는 우선 신청한 뒤, 부당이익이 드러나면 환수·처벌하는 구조다. 부정수급 혐의에 대한 입증 책임도 고용센터 등 기관에 있다. 하지만 세대분리법은 진입 단계부터 일단 부정수급을 막는 방향으로 설계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위기 청년에겐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부정수급 가능성만을 앞세워, 소득·재산이 적다는 이유로 청년의 사회적 기본권 행사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선 증명 후 지원’ 시스템을 ‘선 보호 후 검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 본인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우선 지원하고, 이후 고가 주거·고액 소비·부모의 지속적 지원 정황이 확인되면 부모 자산을 조사하는 식이다. 지금처럼 단순히 부모 재산을 기준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위기 청년의 신속한 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위기 청년들을 먼저 보호하는 체계로 가되, 사후 검증을 체계적으로 해서 부정을 방지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를 악용하면 지원을 즉시 중단하고 처벌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가정폭력 등 위기 상황에선 소득재산 기준을 예외적으로 대폭 완화하거나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 30세 미만만 가능한 연령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이로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입법조사관은 “연령과 관계없이 위기 상황이 입증된 경우 개별가구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소장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면 30세 미만이라도 별도 가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업에서 배제된 만 18세 미만 ‘탈가정 청소년’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은 “지원이 필요한 청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악용은 막을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계돼야 한다”며 “연령과 형식적 가구 기준을 넘어 진정한 청년 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효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주 작은 변화다. 지난 10월 정부가 ‘청년 가구분리 모의적용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가족과 단절된 20대 청년도 자립해 복지 지원을 받을 방법이 생겼다. 지난해 쿠키뉴스의 ‘이상한 나라의 세대분리법’ 보도 이후 생긴 결과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30여 년간 공고했던 ‘가족 중심’ 복지 체계에 균열이 났다. 청년도 독립된 권리 주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금 시범사업은 제대로 가고 있는가, 올바르게 제도화될 수 있는가. 쿠키뉴스가 후속 취재를 통해 변화의 순간을 기록했다. [편집자 주]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