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알약 형태로 미국에 출시되면서, 주사제 대신 경구 치료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복용이 간편한 경구용 비만약이 나오면서 주사제 투여를 망설이던 이들까지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도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한 효과나 안전성을 내세우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미국에서 위고비 알약 ‘위고비 필’의 시중 판매를 개시했다.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성분으로, 기존 주사제와 동일한 기전이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평균 13.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형태다. 가격은 용량에 따라 약 149달러(약 21만5000원)에서 299달러(약 43만2000원)에 판매돼, 기존 주사형 제품보다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에서 ‘먹는 비만치료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사제는 냉장 보관과 자가 주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존재한다는 한계가 꼽혔다. 반면 알약 형태는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복용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경쟁사들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도 올해 하반기 경구용 비만약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체 경구 비만약 후보물질인 ‘오포글리프론’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올해 3월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아직 공식 허가 예정일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제약사들도 맹추격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한 효과를 보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두는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 1상 결과,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또 기존 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위장관 장애, 간독성 문제 등에서 중대한 이상 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 일동제약그룹은 올해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참석한다고 밝히면서,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종근당과 셀트리온도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비임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은 먹는 비만 신약 ‘CKD-514’로 비임상을 진행했고, 오포글리프론 대비 적은 용량으로도 유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동일 용량 대비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도 보였다.
셀트리온은 올해 먹는 비만약인 4중 작용제 ‘CT-G32’ 전임상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CT-G32는 기존 비만 치료제와 달리 네 가지 타깃을 동시에 조절하는 기전이다. 체중 감소율을 최대 25% 수준으로 효능을 끌어올리고, 근손실 등 부작용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가장 최첨단인 4중 작용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을 올 연말까지 종료하고, 내년 전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부분 현재 임상 1상을 마치고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인 상태로, 실제 제품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주사제 형태의 국산 비만약은 한미약품에서 가장 먼저 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17일 GLP-1 계열의 ‘한미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주(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에 쓸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