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안이 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정부는 올해 기초연금액을 물가상승률만 반영해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지만,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기초연금액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 재정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2026년 제1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부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급액을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2.1%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액은 지난해 34만2510원에서 올해 34만9700원으로 늘어났다. 노인 부부 가구의 기준연금액은 55만9520원으로 조정된다. 약 779만명의 어르신들이 이달부터 인상된 기초연금액을 지급받는다.
윤 정부가 추진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방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2024년 9월, 윤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6년부터 중위소득 50% 이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우선 인상하고, 2027년 전체 대상자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내놨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올해 예산안에도 기초연금액을 물가상승률만 반영한 34만9360원으로 산정해 예산을 편성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9일 쿠키뉴스에 “올해는 40만원 인상에 대한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았고, 내년 반영도 불투명하다”면서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공약 이행에 제동을 건 것은 재정 부담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기초연금 수급자와 지급액이 모두 증가하면서,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14년 도입 당시 5조2000억원이었던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더 큰 문제는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 맞물려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복지부의 2023년 제1차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기초연금 소요 재정은 2030년 39조7000억원, 2040년 76조9000억원, 2050년 125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보전된다. 기초연금 예산 증가는 고스란히 국민 주머니 부담으로 이어진다.
연봉 9500만원 부부도 수급 대상…“기준 손질해야”
국민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초연금은 저소득 노인들의 노후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2014년 도입된 제도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데, 최근 경제력 있는 노인이 늘면서 소득·자산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기초연금 수급을 받고 있다.
문제는 ‘소득 하위 70%’라는 경직된 기준이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기초연금 수급자가 70% 수준이 되도록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선정기준액을 정해 고시하고 있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기준 247만원, 부부 기준 365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9만원이나 높아졌다. 지난 2014년만 해도 월 소득인정액이 87만원 이하인 노인만 기초연금을 수령했다. 최근 노인 인구에 편입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달리 소득·자산 수준이 높다 보니, 소득 하위 70% 기준이 급격히 치솟은 것이다.
심지어 기초연금 수급자의 실제 소득 수준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공제와 부채, 보유 주택 가격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기 때문이다. 공제를 적용하면 다른 재산이나 소득 없이 오직 근로소득만 있는 독거노인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월 최대 약 468만8000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맞벌이 부부 노인의 경우 연봉이 9500만원(월 약 796만원) 수준이라도 수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선정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급 기준을 고령자의 70%에서 기준 중위소득의 100%로 변경한 뒤 단계적으로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준 중위소득이란 노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가구 소득을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금액을 뜻한다. 현재처럼 노인 계층 내 정해진 인구 비율로 하지 말고, 기준중위소득에 연계한 상대적 빈곤선 이하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2070년까지 연평균 9조5600억원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