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투자 늘릴까…“국민 노후자금 동원” 우려도

국민연금, 국내주식 투자 늘릴까…“국민 노후자금 동원” 우려도

보건복지부,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개최
국내 주식 투자 비중‧환 헤지 비율 조정 논의 전망
국민연금 적자 전환 시 국내 자본시장 충격 우려도

기사승인 2026-01-26 06:05:04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조정할 전망이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당장 주식을 내다팔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와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투자 한도를 높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높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향후 적자로 전환될 때 투자하고 있던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국내 자산시장에 미칠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원칙이 국민 노후자금 확보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개최한다. 1월에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매년 2~3월쯤 전년도 결산 등을 심의하는 1차 회의를 진행해왔다.

이번 회의가 연초부터 열린 것은 최근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위가 설정한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4.4%이며, 전략적‧전술적 배분 유연성을 다 포함해도 최대 19.4%다. 그러나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체 자산의 17.9%로 상승했다. 이후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한 만큼, 이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이 연간 주식 보유 한도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팔면 코스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국민연금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복지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최근 국내 주가가 올라서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미뤄지고, 국내 주식 보유 한도도 초과했다고 들었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관해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국민연금도 (국내 주식 배분 비중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기금위 회의에서 환‧헤지 비율을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환 헤지는 해외 투자 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자산 가치 손실을 막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해두는 거래를 말한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 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원화를 사들이게 돼 결과적으로 환율 상승을 일부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수익성’이다. 오는 2065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예정된 만큼 운용수익률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기금운용수익률이 1%p 상승하면, 소진 시점은 2073년으로 8년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1500조원대에 이르는 국민연금을 국내 시장에만 묶어둬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커질수록 향후 연금 지급을 위해 주식을 매도할 때 발생할 시장 충격이 더 커진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2048년으로 예정된 재정수지 적자 시점이 오면, 국민연금은 투자하고 있던 자금을 회수해 연금액 지급을 위한 현금화가 필요하다.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경우 시장 충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본지에 “기금위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기금위에서 정부위원이 한 명 더 늘어났다. 기금위가 정부의 정책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노후 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증시 부양이라는 단기 처방을 위해 연금의 본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