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표준연, 토양·지하수 1급 발암물질 정밀 측정 기준물질 개발

[쿠키과학] 표준연, 토양·지하수 1급 발암물질 정밀 측정 기준물질 개발

발암물질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인증표준물질(CRM)’ 마련
전처리 없이 6가 크로뮴 고유 신호 포착, 분석결과 신뢰도 향상
토양·지하수 오염 감시 정확도 높여 환경정책 신뢰성 강화

기사승인 2026-01-28 17:18:07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지하수나 토양에 숨어 있는 1급 발암물질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준 물질을 개발, 환경 오염 감시망을 한층 강화했다. 

이 기술은 기존 분석법의 한계로 지적됐던 측정 과정 중 물질 변성 문제를 첨단 방사광 가속기 기술로 해결해 국제적 신뢰도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화학소재측정본부 무기측정그룹 조하나 책임연구원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와 공동으로 환경 시료 내 6가 크로뮴 함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규조토 인증표준물질(CRM)’을 개발했다.

CRM은 측정 결과와 분석 방법이 정확한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답안지 역할을 한다.

각 분석 기관은 이 물질을 이용해 자신들의 장비와 분석 방법이 올바른지 검증해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 대상인 6가 크로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6가 크로뮴은 독성과 산화력이 강해 산업 시설은 물론 지하수나 놀이터 모래 등 우리 생활 주변 토양에도 존재할 수 있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정확한 기준 물질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에 널리 쓰이는 ‘습식 분석법’은 흙이나 가루 같은 고체 시료를 용액에 녹여 분석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6가 크로뮴이 독성이 낮은 3가 크로뮴으로 변하거나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 ‘화학종 변성’이 발생한다.

때문에 실제 함량보다 낮거나 높게 측정되는 등 결과에 오류가 생기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방사광 X선 흡수 분광법(XAS)’을 세계 최초로 CRM 개발에 도입했다. 

이 기술은 태양보다 수억 배 밝은 방사광을 시료에 쏴 원자의 상태를 분석하는 첨단 기법으로, 시료를 부수거나 녹이지 않고도 6가 크로뮴 고유의 에너지 흡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6가 크로뮴 분석을 위한 PAL PLS-II 7D XAFS 빔라인 측정 시스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이를 통해 전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미세한 편향까지 보정했다.

아울러 연구팀이 개발한 규조토 CRM은 시중 판매하는 규조토 분말에 3가 크로뮴과 6가 크로뮴을 각각 넣은 뒤 동결건조와 반복적인 체가름 공정을 거쳐 만들었다. 

여기에 시료가 변질되지 않도록 아르곤 가스 환경에서 소분하고 포장해 안정성을 높였다.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제조 과정.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번 성과는 지하수와 토양 오염 감시의 정확도를 높여 국가 환경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또 유럽연합(EU)의 유해물질 제한 지침(RoHS) 등 6가 크로뮴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글로벌 환경 기준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수출 기업들이 분석 결과의 공신력을 얻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허성우 KRISS 무기측정그룹장은 “이번 성과는 가속기 기술을 측정표준 연구에 적용해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한 새로운 시도”라며 “정확도와 신뢰성이 보장된 이번 CRM이 향후 환경 분석 현장의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6가 크로뮴 분석용 규조토 분말 인증표준물질(CRM) 개발 연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