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K-보톡스 수출길…국가핵심기술 해제 논의 물꼬 트나

‘꽉’ 막힌 K-보톡스 수출길…국가핵심기술 해제 논의 물꼬 트나

기사승인 2026-02-02 06:00:07
게티이미지뱅크

보툴리눔 톡신 제제(이하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논의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가 최근 톡신 등 생명 분야 국가핵심기술을 심의하는 전문위원회의 구성을 전격 교체하면서다.

산업통상부 바이오과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지난해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고, 올해 새로운 전문가 위원 구성을 마쳤다”면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적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새롭게 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관련 단체에서 지정 해제 요청이 접수돼 산자부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톡신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며 지정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정 해제는 안건 상정, 전문위 검토, 기술보호위원회 심의 순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전문위 검토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으면서 수년째 답보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전문위원이 수차례 연임한 것이 밝혀지면서 위원회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전문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이 5차례나 연임하면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관 당시 산업부 장관은 “위원회 개선과 톡신 국가핵심기술 이슈 관련해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답했다. 

전문위원 전격 교체로 관련 의혹이 해소되면서, 톡신 규제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의 안전보장,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법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톡신 생산 기술은 2010년, 균주는 2016년에 각각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반드시 산업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술 유출을 막는 강력한 방어막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해외 비즈니스 단계마다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대한 규제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수출 승인 절차는 평균 74일, 최대 12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로 인한 연간 수출 지연 손실은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전 세계 톡신 시장이 1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인해 한국 기업만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주요국에선 보툴리눔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논문을 통해 톡신 생산 공정이 공개돼 이미 국내외 수십 개 기업이 상업화에 성공했다”면서 “왜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하는 기술로 보호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산 톡신은 이미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어, 수출 규제가 완화된다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정 해제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에서 상업화된 보툴리눔 균주는 극소수에 불과해 기술 보호 가치가 높다는 논리다. 생물안보 차원에서 국가 차원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독소는 위험물질이기 때문에, 국가의 보호와 통제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