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휴대전화 전자파 장기 노출, 종양 위험 유의미한 증가 없었다" ETRI 발표

[쿠키과학] "휴대전화 전자파 장기 노출, 종양 위험 유의미한 증가 없었다" ETRI 발표

한·일 공동 장기 동물실험
휴대전화 RF 전자파 발암성 불명
RF 노출군·허위노출군·케이지 대조군 3그룹
종양 발생률, 생존율·체중·사료섭취량 통계적 차이 없어

기사승인 2026-02-03 12:00:05 업데이트 2026-02-04 09:39:38
전자파 동물노출 실험 기간 및 과정. ETRI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돼도 뇌종양이나 심장 종양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규모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일본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한 '휴대전화 무선주파수(RF) 전자파의 발암성 및 유전독성' 연구에서 전자파 노출과 암 발생 간의 유의한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시작됐다. 

당시 NTP는 쥐에게 평생 6W/kg의 높은 강도 전자파를 노출했을 때 악성 종양이 증가한다고 보고해 세계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해당 연구가 재현 가능한지, 타당한지를 검증할 추가 연구를 권고한 바 있다.

ETRI는 일본 연구팀과 2019년부터 세계 최초로 독성 분야 국가 간 데이터 통합 방식의 장기 동물실험에 착수했다. 

공동연구팀은 연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실험 쥐, 사료, 장비 등 모든 조건을 한국과 일본이 동일하게 맞췄다.

특히 ETRI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잔향실 기반의 전자파 노출 장치를 양국에 설치해 실험 정밀도를 높였다. 

잔향실은 금속으로 된 밀폐된 방 안에서 전파를 반사해 공간 전체에 전자파가 균일하게 퍼지게 만드는 시설이다. 

이 장치는 쥐들이 좁은 통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스트레스 없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실험은 쥐를 전자파를 쐬는 'RF 노출군', 환경은 똑같지만 전자파만 쏘지 않는 '허위 노출(Sham)군', 일반 우리에서 키우는 '케이지 대조군' 등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각 군당 70마리의 수컷 쥐를 대상으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어나 죽을 때까지인 2년 동안 매일 전자파에 노출했다.

노출 강도는 인체 안전기준 설정의 근거가 되는 4W/kg으로 맞췄다. 

W/kg은 체중 1kg당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로, 4W/kg은 사람이 일상에서 겪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강도지만 생물학적 영향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된다.

연구결과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에서 전자파 노출 여부는 쥐의 생존율이나 암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뇌, 심장, 부신 등 주요 장기에서 종양이 발생한 비율은 전자파를 쐬지 않은 쥐들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체중 변화나 사료 섭취량도 실험군 간에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는 2년 내내 인체 보호 기준치 수준의 전자파를 쐬더라도 암이 더 많이 생기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올해 WHO 국제암연구소(IARC)의 전자파 발암성 등급 재평가 시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IARC는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분류하고 있어, 이번 연구가 이 등급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안영환 아주대의대 교수는 "인체 보호 기준의 근거가 되는 노출 수준에서 미국 NTP가 보고했던 종양 증가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번 결과가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의 병리학적 분석을 총괄한 김용범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책임연구원은 "양국 병리 전문가들의 상호 검증과 제3자 국제 검증을 거쳐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전자파 노출과 발암성 간의 뚜렷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문정익 ETRI 전파환경감시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동물실험 표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4G와 5G가 섞여 있는 복합 전파 환경에서도 발암 연관성을 명확히 밝히는 후속 대규모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