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띄운 ‘설탕부담금’…의료계도 “더는 미룰 필요 없다”

李대통령 띄운 ‘설탕부담금’…의료계도 “더는 미룰 필요 없다”

예방의학회,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
가당음료 섭취량 늘며 소아청소년 비만율 급증
미국, 가당음료값 20% 올리자 소비 10% 줄어
“지역‧필수의료에 투입돼선 안돼…청소년 건강 위해 써야”

기사승인 2026-02-05 19:24:56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은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설탕 부담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띄운 가운데 설탕이 든 음료의 가격을 올리면 비만 유병률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료계 분석이 나왔다.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비만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당음료는 주요 기여 요인 중 하나이며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의 기여율이 높다”며 “설탕부담금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했고 성과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증거가 나올 때까지 미룰 필요가 없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설탕부담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한국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14년 10.0%에서 2023년 13.8%로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에는 19.3%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가당음료 섭취량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가당음료로 인한 설탕 섭취량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10~1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당음료로 섭취한 설탕은 16.7g에 달했다.

설탕부담금 도입은 가당음료 섭취량을 줄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설탕부담금을 도입한 많은 해외 주요국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청량음료산업 부담금(SDIL)’ 정책이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후 제조업체의 50%가 설탕 함량을 줄여, 전체적으로 평균 당 함량이 11% 감소했다. 그 결과,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15.5g에서 10.8g으로 줄었다.

미국의 경우 가당음료에 20%의 세금을 부과했더니 구매량이 10% 줄었다. 총칼로리 섭취량도 4.8% 감소했다. 멕시코는 모델링 연구를 통해 1페소(한화 약 74.4원)를 과세할 때마다 비만 유병률이 2.45%씩 감소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대한예방의학회가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은빈 기자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가당음료에 대한 설탕부담금 도입은 음료 구매와 설탕 섭취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소아청소년의 가당음료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설탕부담금 도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도입안도 제시했다. 3단계 계층형 구조로, 100㎖당 당 함량 5g 미만의 가당음료는 면세하되, 5g~8g 미만은 리터당 225원을, 8g 이상은 리터당 300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설탕부담금 도입 시 걷힐 세수는 국내총생산(GDP)의 0.001~0.16% 수준으로 추산했다. GDP의 0.01%의 세수가 걷힌다면 약 2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확보된 재원에 대해서는 소아청소년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지역‧필수의료에 쓰여선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역‧필수 의료 기금 1조원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설탕부담금으로 걷힌 세수를 투입해선 안 된다”며 “체육시설 건립, 저소득 소아청소년 건강바우처 제공 등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설탕부담금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비만의 원인을 설탕으로만 볼 수 있는지, 조세나 부담금 방식이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설탕부담금을 도입하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등을 쓸 수 밖에 없어 더 안 좋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짚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