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재산, 국민연금이 관리한다…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도 도입

치매 환자 재산, 국민연금이 관리한다…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도 도입

복지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 발표
국민연금에 재산 관리 맡기는 ‘재산관리 서비스’ 도입 
고령 운전자 운전능력진단시스템 구축

기사승인 2026-02-12 15:18:36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연금공단이 치매 환자의 재산을 공공신탁 방식으로 관리‧운용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치매 환자의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수익률을 높이고 환자 지원과 복지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만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전능력 평가를 고도화해 야간운전을 금지하는 등 ‘조건부 운전면허’도 도입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치매안심 기본사회 구현’이라는 질적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에 자산 맡기고 생활비 지급 받는 ‘재산관리 서비스’ 도입 

우선 ‘치매 안심 재산관리 서비스’를 도입한다.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치매 환자들이 경제적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공단이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서비스다. 

그간 치매머니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치매머니는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연금·근로소득 등을 포함한 재산을 뜻한다. 추정 규모는 170조원을 넘지만, 상당 부분이 방치돼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후견 제도는 주로 친족 중심으로 운영돼 자산 운용 기능이 제한적이고, 민간 금융사의 치매 관련 신탁 상품은 10억원 이상 등 가입 기준이 높아 일반 고령층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치매머니를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방식의 ‘공공신탁’은 비용 부담이 적어 서민층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기관을 통한 자산 운용의 전문성과 안정성도 일정 수준 담보할 수 있다. 

이번 시범사업 주요 대상자는 치매 환자, 경도인재장애 진단자 등 재산관리 위험이 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기초연금 수급자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본인 또는 후견인이 본인의 의사를 반영해 국민연금공단과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계약이 개시되면 국민연금공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에 지출할 수 있도록 재산관리를 지원한다. 

시범사업 시 신탁자산 범위는 현금, 전세 보증금이나 주택연금이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신탁 수수료는 무료가 원칙이지만,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라면 실비 수준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시범사업은 오는 4월부터 시행되며 올해는 750명 내외를 모집하고, 내년에는 1500명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후 2028년 본사업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성호 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지난 11일 사전브리핑을 통해 “시범사업 대상 인원이 기대보다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를 체크한 뒤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2030년까진 1만1000명 이상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남동구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고령운전자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령자 운전능력 평가해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 검토 

치매 의심 운전자 등 고위험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능력진단시스템’도 구축한다. 올해부터 가상현실(VR)이나 실차를 활용한 객관적 평가 도구를 시범 운영하며, 이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행 제도가 고위험 운전자의 실질적 운전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 능력 평가는 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적성검사 시 치매선별검사(CIST)로만 이뤄진다.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도입되면 고위험 운전자의 야간운전 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은 실장은 “해외에서는 (고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운전 금지, 특정구역 내 운전 허용 등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경찰청과 협조해 70세 이상 운전면허 갱신 절차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치매환자 돌봄 지원 강화…치매안심병원도 확충

아울러 정부는 치매환자의 돌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장기요양 인지지원등급자의 주야간 월 이용한도를 기존 12회에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국공립 기관과 요양병원이 없는 53개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전담형 요양시설과 주야간 보호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또한 치매안심센터에 가족지원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보호자가 참여하는 노인 일자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치매 치료체계도 강화한다. 경도인지장애를 신속하게 진단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용 자체 검사 도구를 개발·보급한다. 현재 42개 시‧군‧구에서 시행하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2028년도에 전국으로 확대한다. 가족 돌봄 시 가장 큰 어려움인 배회나 폭력성 등 행동심리증상을 겪는 치매 환차 치료를 위해 치매안심병원도 확충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한 치매 연구를 지원한다. 첨단 AI를 활용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개인별 맞춤 예방‧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도 적극 지원한다. 건강보험 임시등재 시범사업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치매 관련 신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실용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한다. 

국가치매관리위원장인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이번 5차 계획은 초고령사회 증가 추세인 치매환자 수에 대응해 경도인지장애진단자 등 선제적 예방, 돌봄 부담 완화, 환자 권리보장 등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라며 “치매가 있어도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